밤풍경
연구실을 나섰을 때, 빗방울은 조금씩 제 몸집을 불려나가기 시작하고 있었다. 과학원을 지나 체육관을 끼고 공과대학 앞으로 내려가는 길목에선 마치 세상이 요동치는 듯, 거센 바람마저 휘몰아쳐대었다. 얼굴을 가득 뒤덮는 빗방울의 느낌이 좋았다. 휴일의 끝에서 많은 일들을 남겨둔 채 퇴근하는 밤 풍경은, 저 멀리 노오란 나트륨 등이 거무튀튀한 스펀지와도 같은 하늘에 폭 파묻혀 알알이 비를 비추는 모습 그것이었다. 큰 길을 건너, 골목 골목을 지나 우상 숭배의 거대한 제전 앞에 이르른 즈음엔, 홍대로 향하는 넓은 길 앞에서 카메라를 놓고 온 것을 잠시간 후회했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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