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th June
#1.
Marc과 Kevin이 Paris 그리고 New Haven으로 돌아갔다. 지난 2주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바삐 살았던 것 같다.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었습니까, 라고 묻는다면 자신있게 '예' 라고 말할 수 있을까. 조금 작은 목소리로 '어느 정도는' 이라고 짧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늘상, 펜슬로 써내려가는 계획은 현실보다 '짧다'. that's life. 라고 말하고는 있지만, 그래, 그러기엔 '조금은' 비참한 현실이다. life is miserable.

#2.
오후 세 시가 조금 넘은 무렵, Marc과 Kevin과 함께 즐기던 에스프레소 마키아또를 한 잔 마시고는, '밤의 거미원숭이'의 뒷 페이지를 모두 읽어내려갔다. 안자이 미즈마루의 그림은 여전히 그대로였으나 하루키의 펜 끝은 너무 가벼웠다. 맨 뒷 페이지의 '후기'를 읽고서야 어느 정도는 수긍이 갔다. 그러나 이러한 기획과 결과물은, 하루키라는 필력이 갖는 맥주 위의 거품과도 같은게 아닌가 한다. Kevin이 말했다. 술 잔을 기울이라고. 그리고 천천히 벽에 바짝 붙이라고. 한 번에 모두 따라내어버릴 필요는 없다고. 그의 Leffe Brune은 투명했다.

#3.
the smashing pumpkins의 곡, 두 곡을 다시 듣고 있다. Billy의 목소리는 '파격'과 '조화'를 생각케 만든다. 과하지 말 것. 혁신적이되 유기적일 것. 오늘도 뒷 이야기에만 골몰하는 어설픈 개똥이.

#4.
그간 바빴던 탓에, (라고 변명을 둘러대기로 하자) 한 동안 손에서 놓았던 bessa r2를 다시금 집어들었다. 그 보랏빛과도 같은 영롱한 구슬 속을 바라보고 있자니 날카롭게 날이 선 조리개의 날들이 더욱 꼼꼼하게 이를 앙다물고 있는 듯 하다. 15방 가량이 남았다. 오랜만에 집어들었지만 남은 필름은 여전히 어떻게 사용해야 할 지 감이 안 잡힌다. Marc과 Kevin은 돌아갔지만 남겨진 일들이 부담스럽다. 충무로, 그리고 시청 역엔 언제 다시금 갈 수 있을까.

#5.
오늘 저녁은 하늘이 참 이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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