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가지.

Caffe Caffe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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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사양종복. 그래, 그 분은 잘 있나 모르겠다.
십 이월, 절기 상으로 아직 한 겨울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그런 이른 달이었으나, 전곡 땅은 서울의 겨울과는 사뭇 다른 그런 추위를 갖고 있었다. 나는 이등병이었고, 그 즈음은 부대에 사건 사고가 참 많았던 그런 연말이었다. 분위기를 쇄신하겠다고 (그 분 표현을 빌리자면 '대가리에 똥만 가득 들어찬 새끼들, 정신 차리라'고) 중사양종복, 우리의 행보관님이 영하 18도의 날씨, 22시 정각에 막사 앞으로 전 포대원에게 완전 군장 집합을 지시했다. 막사 앞, 절그럭 거리는 총기 소리만이 간간히 고요한 적막을 깨는 그런 시.공간. 암흑 속에서 모든 대답은 '네!' 가 아닌 화이바를 두 번 두드리는 것으로 대체한다. '이 개같은 새끼들 대가리에 똥만 가득 들어찬 좆같은 새끼들아. 똑바로 안해?" "앞으로 잘 할거야?" 화이바 두드리는 소리가 막사 앞을 울린다. 오 열 종대. 오리 걸음으로 탄약고 까지 왕복. 총기는 머리 위로 든다. 등짝에 짊어진 더블백 때문에 뒤로 고꾸라지기 쉽상. 쪼그려 걷는 길, 줄도 맞추란다. 당시 탄약고 근무자 두 명은 - 나현석 상병, 정혜원 일병, 늬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 - 그 추위에 탄약고에서 전 포대원이 완전 군장에 줄까지 맞춰가며 오리 걸음으로 올라오는 걸 보고 얼마나 가슴을 쓸어내렸을까. 나중 일이지만 고참들은 그 두 사람에게 '껀졌다'며 시기했다. 어찌 어찌 구만리같은 탄약고 까지 도착했다. 이러다 죽는게 아닌가 하는 그 느낌이란. 이 극한의 순간에 우리 행보관님은 역사에 길이 남을 유연함을 발휘해주신다. '5분간 휴식'. 그래, 이렇게 얼차려 받다가 누구 하나 고꾸라져버리는 것보단 낫다 이거지. 독한 새끼.
쉽지 않은 겨울이었다.
이것 말고도 또 다른 게 몇 개 더 있는데...

유투브에 올려진, 개그콘서트의 '뮤지컬' 동영상 보다 보니 문득 옛날 생각나서 몇 자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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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U SYMPOSIUM에 참석하게 되었다. #284. 주제는 Spectral Energy Distribution. 구두 신청을 했는데 '덜컥' 당첨되어버렸다. 일생에 몇 번 오지 않을 기회라고도 한다. AAS 와는 또 다른 이야기라면서... 제작년 Oxford에 갔을 때 Manchester에 가보질 못해서 아쉬웠는데, 이렇게 가보게 되는구나. 인천-Manchester-Preston-Manchester-Paris-인천. 가장 좋아하는 진남색 블레이저를 가져가야지. 아직 날이 서 있는 면바지와, 진고동색 마틴, 그리고 연하늘빛 셔츠. 구 월의 Preston은 어떤 곳이려나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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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를 만들었다. 네이버와 구글을 뒤져가며 노가다 식으로 진행했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랴. file copy를 마치고, quality-assessment를 진행하고, binary fits file을 만들면 일단락. 늘 5%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건 뭐지. 밖에서 나를 보기엔 20% 부족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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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꼭 충무로에 가야지. 필름 네 롤을 맡기고 와야지. 그러면 오후 나절엔 컬러 네거티브를 받아볼 수 있을 테고, 내일 즈음이면 흑백도 받아볼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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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봄, 오피스에서 Nell을 듣는걸 보고 잠시 귀국한 형이 웃으며 그랬다. '너 요새, 힘들구나'. 왜 그게 갑자기 생각나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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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pont circle. 영화를 보는데, 저 이름이 나오는거야. '어? 나 저기 알아. 아니, 안다기보다 가본 것 같아'. 알고보니 지난해 1월에 갔었던 DC였을 줄이야. 기억이라는 것이 0과 1처럼 단순한게 아니라서, 어스름한 안개에 뒤덮인 형체가 불분명한 그 무엇처럼 남아있는게 있다. 그렇게 슬그머니 사라져버리면 좋을 것을, 갑자기 툭! 하고 튀어나와 '나 불렀소 ㅡ' 해버리면, 나는 당황스러워진다. 한 발자욱도 움직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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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커피를 두 잔, 그것도 샷 추가해서 진득하게 마셔서 그런가. 왜 이렇게 잠은 오지 않을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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