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2년 전의 일이다.
연구 목적으로 M을 방문하기 위해 외국엘 나가게 되었을 때였다. 처음 가보는 곳이었지만 M이 그 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마침 우연히도 그 곳으로 수학하러 가게 된 친구가 있었다. 그러니까, 우연히도 우리는 동행하게 된 셈이다. 그 친구는 한국을 떠나기 삼 개월 전에 나도 익히 알고 있는 후배와 결혼을 했다. 나보다 어린 이 친구, 그리고 이 친구보다 더 어린 후배. 이렇게 어린 부부는 타국에서 공부하기 위해 먼 곳으로 떠나게 되었고, 나는 5주에 이르는 짧은 일정으로 같이 가게 되었다.

그다지 사교적이지 않은 이 친구는 학부제로 대학을 들어가 1년의 공부 후 전공을 배정받게 된 2학년 무렵, 그 즈음부터 알고 지내게 된 친구로서 같은 학과의 같은 전공을 가진 그야말로 학과의, 학계의 동지인 셈이었다. 게다가 옛 것으로 치자면 소위 '같은 동리의 같은 서당, 게다가 같은 방'에서 배우고 익힘을 갈고 닦은 사이로 그다지 사교적이지 않은 나에게도 일신을 터놓고 이야기하던 몇 안되던 친구였다.

여하튼, 갓 결혼한 젊은 부부와 함께 잠시나마 같은 이국 하늘 아래에서 머물렀던 때의 일이다.

이 친구는 평소에도 '앓는 소리'를 자주 하곤 했는데, 나는 늘 그런 면을 마음 한 켠에 묻어두고 있었다. 외국에서 수학하기 위해 전화 인터뷰를 보고 난 후 '떨어질 것 같다'며 근심 가득찬 얼굴로 위로를 바라던 모습. 그러니까 전형적인 전교 1등이 '1문제 틀렸어. 죽어버릴 것 같아' 라는 표정이랄까. 본인은 얼마나 근심에 휩싸였을꼬. 필요 이상의 근심을 온 피부에 새겨놓고서 '난 이렇게 힘드니까 너희들이 좀 봐줘야 하지 않겠어?' 그렇게 본인의 이득을 챙겨가던 모습을 종종 보아왔던 터라, '본인은 얼마나 근심에 휩싸였을꼬'. 그렇게 생각해 줄 인심을 이미 잃어버린지 오래였다. '힘들게 살아온 과거'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렇다고하여 그것이 면죄부는 될 수 없다. 

이 친구의 금전에 관한 욕심 ㅡ 그것은 욕심이다 ㅡ , 욕심은 학과에서 가장 많은 액수의 장학금을 받고서 '혼자서라면야 넘치게 살겠지만 우리 둘이 살기엔 너무 힘들다'고 죽는 소리를 나즈막한 목소리로 하던 모습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하냐 ㅡ 그럴 수도 있겠네 ㅡ 라고 동조해 주었지만 나는 진심으로,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았다. 설령 산술적 계산으로 '적자'를 면하기 어려울지언정 결혼과 유학은 대체 누구의 선택이었단 말인가. 나는 어쨌든 이리 되었다네. 그러니 자네, 지금 나를 도와주지 않겠나.

막 도착하여 그 곳의 물정을 살피던 첫 주였다. 그들의 거처는 우리들 공동의 일터 ㅡ 일터라고 부르자 ㅡ 를 사이에 두고 나의 거처와 정확히 대척점에 있었다. 편도 걸어서 30여분. 느리게 걷기로 작정하면 산책하는 기분으로 다녀갈 수 있는 거리이고, 바쁜 와중 힘겹다고 생각하면 또 그럴 수 있는 거리였다. 그 곳의 많은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고 다녔는데 그도 그럴것이 우리나라처럼 대중교통이 곳곳, 구석구석까지 발달한 곳이 아니었고 물가가 꽤 비쌌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몇 년을 그 곳에서 살아야하는 그들네로서는 다른 사람들처럼 자전거가 있으면 굉장히 편리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었다. 바로 그 때, 그가 했던 말을 잊을 수 없다. 7년간 알고 지낸 사람과 사람 사이를 단박에 박살내버린 그것은 바로 자전거를 사는게 어떻겠냐는 권유였다. 맙소사. 네가 지금 내게 자전거를 사라고 할 줄이야. 5주를 머물고 되돌아가는 사람에게 자전거를 사라니. 이 a형 전교1등은 내게 '자전거를 사서 5주 동안 쓰고 나를 주고 가는게 어때'를 말할 수 없어, '한 대 사~' 라고 권유하고 있는 터였다.

다음달 나와 학회를 동행하는 후배가 학회 후 이 친구가 있는 2년 전 그 곳을 2주간 방문하게 된다. 이 친구는 다음달 그 곳을 방문할 후배에게 본인의 집에서 머무를 것을 끊임없이 권유하고 있다. 방이 하나 더 있는 것도 아니면서, 내어줄 것이라고는 couch 하나가 전부인 집에 머물 것을 권유하면서 동시에 office의 fund 상황은 어떠한지를 묻는다.

그래도 너는 공부를 잘해서 남들보다 더욱 많이 아는 놈이 아니더냐 ㅡ


Hello, stranger
note List Tags Media Guest Admin
powered by TISTORY designed by KHISM modified by kaysoh RSS T Y T
open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