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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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통에 방습제를 하나 넣어두고는 나름 제습함으로 사용하고 있다. 연구실 내 자리 곁엔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의 수증기를 방출하는 라디에이터가 있는데, 수증기의 양을 조절하는 레버가 고장나버려 도저히 그 양을 조절할 수 없는 상태로 있다. 그리하여, 장마 훨씬 이전부터 책상 뒷켠에 자리잡은 카메라들을 방습제와 함께 보관하고 있던 터였다. 그간 편하다는 이유로 minolta만을 써 오다가, 근 일년 가까이 제습함에서 잠자고 있던 bessa를 꺼내어 셔터를 날려주기로 한 것이 지난 주였다. 틈새 틈새에 조금씩 끼어있던 먼지를 없애주고, 연구실이며 집, 그리고 지난주말엔 선유도엘 가서 한 롤을 담았다. 그리고 마지막 컷이라 생각되는 즈음에 이르러서는 늘상 들르는 스타벅스 이 자리에 앉아서 37 혹은 38번째 셔터를 날렸다. 그러나, 한 방 두 방 와인더가 계속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이상하다 싶었다. 허벅지에 렌즈를 밀착시키고 10여방 가까이 셔터를 날렸다. 100퍼센트다. 제습함에서 꺼냈을 때, 바디엔 필름이 없었던 것이다. 바디 케이스를 벗겨만 보았어도 필름실에 필름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을텐데. 나는 왜 당연스럽게도 필름을 넣어둔 채로 제습함에서 보관하고 있다고 생각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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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쉬 플레이어. flash player. 연구실 서버에 mp3 파일을 올려두고 tistory에서 재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그러나 문제는 해당 flash player가 MS explorer에서만 구동된다는 사실. :( firefox는 물론이고 safari는 당연히(?) 실패. 심난해졌다. 애초에 이 블로그 문을 연 건 음악을 공유하고 싶었던 마음에서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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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가 또 magsafe를 깨물었다. 신촌 a#에서 95,000원을 주고 새로 산 magsafe. 3주가 채 안된 것 같은데. 어젯밤 혼절하였다가 정신을 차린 것이 새벽 4시. 나루는 책상 위에서 자고 있었다. 랩탑을 정리하려고 magsafe의 선을 감는데.... 아뿔싸. 이빨로 씹어놓은 자국이 선명. 내부의 금속 전선이 드러났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번보다는 다소 약하게 물었다는 점. penpia에서 fabric tape을 사서 감아두고는 이 곳 스타벅스에서 충전을 시도한다. 다행히 충전은 되고 있는데.... 아무래도 집에 돌아가서 검은색 절연 tape으로 한 번 더 손을 보고, 그 위에 fabric tape으로 다시 한 번 더 감아두어야겠다. 3주 만에 95,000원을 또 지출할 수는 없다. 나루야. 아빠도 힘들단다. 나루야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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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에 오래 앉아있다보면, 늘상 이어폰을 꽂고 있어도 그 틈새 틈새로 들려오는 이야기들이 있다. 오늘의 이야기는 여자들 넷의 제주도 여행 계획기. 우도와 렌트와 올레길 이야기가 간간히 들려오더니 소개팅 이야기가 나왔다. '이 년이 지난번에 나한테 넘겨준 소개팅 있잖아~'. '그 때 그 남자 키가...' '깔깔깔'.
그렇구나. 그래. 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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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젯밤엔 집에서 맥주를 마실까 하여,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동네 슈퍼에서 카프리 세 병과 쥐포를 하나 샀다. 12시 반이 조금 넘었을까. 비닐 봉지에 담아 슈퍼 문을 나서는데 연구실 후배로부터 문자가 온다. '헤이형 모해여~' 인근 고깃집에서 이제 막 고기를 올렸단다. 그렇게 술을 조금 과하게 마신 목요일 밤. 어제는 'B'의 결혼을 축하하며 조촐히 한 잔. 정말 오랜만에 뵌 K 선배께서 맥주에 소주를 말아주셔서... 의도치 아니하게 과음을 한 금요일 밤. 오늘, 이렇게 토요일 밤이 되니 글쎄, 뭐랄까, 느즈막히 시작한 토요일. 뭐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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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점점 차진다. 참말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곧 군청색 블레이저를 꺼내는 날이 오겠지. 좋아하는 긴 팔 셔츠도. 손꼽아 기다린다. 레이첼의 목소리는 더욱 달콤해지겠지. 백 번도 아니 천 번도 더 들었지만 여전히 감미롭겠지. 어서 오려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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