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의 강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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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인가 여느 때처럼 맥주를 마시러 갔을 때였다. 바에 앉아서 몇 곡 들으며 카프리를 홀짝거리고 있는데, '그'가 물었다. 집창촌의 여성들의 노동을 과연 노동으로 인정해야 하느냐고. 그는 그녀들의 노동을 노동으로 받아들여야 하며, 따라서 법적으로 불허하고 있는 성매매를 허락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가보다 했지만, 내게 의견을 물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자신의 생각에 동조해 줄 것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통에 심기가 불편했다.

제발 내게, 너의 생각을 강요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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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가 말했다.
"Is man merely a mistake of God's? Or God merely a mistake of man?"

서대문구 창천동,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그 즈음에는 이상하리만치 커다란 건물이 세 채 있다. 하나는 그리스도를 모신다는 교회요, 다른 하나는 석가모니를 모신다는 절이요, 마지막 하나는 그 누구를 모시는지 의아한 '교회 비스무리한 것'이다. 이 세 채의 건물이 얼마나 거대한 지는 직접 본 사람만이 그 위용을 알 수 있을 듯 하다.

일요일만 되면 교회 앞은 차들이 가득 들어서서 주차장을 넘어, 인도에까지 주욱 ㅡ 늘어선다. 시간이 조금 지나 오후, 교회 앞은 예쁘게 차려입은 청년들과 아가씨들로 붐비고, 늦은 밤이 되어 사람들이 떠난 후로는 '교회 주차장'의 영역 표시가 확고해진다.

절은 또 어떠하랴. 창천동으로 이사 온 지 두 해가 꽉 채워지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건물 증축 공사가 끝나지 않았다. 도심 한복판에 세워질 이 거대한 신전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교회와 그 높이 경쟁을 하려고 하는 건 아닐까.

무엇을, 누구를 섬기는지 대상이 대단히 모호한 '교회 비스무리한' 그 곳은 약간 소름이 끼쳐질 정도인데, 멀리서도 훤히 보이는, 마치 42.195 km를 완주한 마라토너가 마침내 결승선에 도달하는 것과 같은 사람 형상의 부조물이 높은 첨탑의 끝에 매달려있고, 밤이면 그 정점을 향해 노오란 등으로 채색을 한다. 정문은 또 어떠한가. 그 곳이 '신전'인 줄 몰랐던 때에는 전직 대통령이 살고 있는게 아닐까, 통장에 29만원 밖에 없어서 연희동에서 이 곳 창천동으로 이사 온 그 분의 거처는 아닐까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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