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없는 '그들'을 위하여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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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우연한 기회로 손에 들어오게 된 이 카메라는 내가 가진 몇 대의 카메라 중 가장 값 싼 가격의 것으로 가장 많은 사진을 담아주었다. 어디든 들고 나가기 부담이 없었고, SLR이 주는 직관적인 편리함에 그간 다녀올 수 있었던 학회들과 관측 site를 비롯, '언제나 함께였다'.

근 30년이 되어가는 이 중고 카메라도 세월의 흐름 앞에선 어쩔 수 없었던 것일까. 지난 3월, 필름을 감아도 셔터가 눌러지지 않는 문제 때문에 적지 않은 금액을 들여 수리를 했는데, 반년이 지나 다시금 같은 증상을 보였다. 그래서 찾은 충무로의 수리점. 일흔도 넘어뵈는 주인장께서 슬적 보고는 입을 연다.

"이게 사람으로 치면, 여든이 넘은거에요. 여든이 넘었으니, 병원에 가서 고친들 그게 오래 안가요."

하릴없이 다시금 가방에 넣어 그대로 충무로를 빠져나왔다. 신촌으로 향하는 470버스는 만원이었고, 손잡이를 잡고 서 있는 많은 사람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나는 그렇게 슬플 수가 없었다.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여든이 넘은 낡은 카메라'는 잠시나마 기능할 수 있도록 수리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언 발에 오줌누기 라는건 너무도 명확해보였다.

Elliott Smith가 세상을 떠났다던 노오란 관제엽서가 생각난다. 경기도 연천군 군남면 황지리 사서함 118-35호, 제 2포대 이병 xxx 앞으로 온 엽서엔 익숙한 글씨로, 'Elliott Smith가 세상을 떠났단다' 라고 씌여있었다. 카메라 하나 고장난 것 가지고 무슨 신파를 써 내려가느냐. 그럴지도 모르지. 그러나 나는, 애정하는 그 무엇과 멀어져가는 그 느낌이 떠올라서일까. 나를 버린 그 사람의 마지막 얼굴과도 같은걸까. 내 힘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는 그 무기력함 때문일까.

2011년 11월은 어쩔 도리 없는 이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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