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단절은 끊어진 이어폰의 외가닥 선과도 같았다글 1건
2010.10.31 사소하기 때문에_
사소하기 때문에_
내츄라 클래시카를 검색하다 낯모르는 이의 블로그에서
'보편적인 노래'를 다시 듣게 되었다.
모니터 백그라운드에 걸린 TV 채널을 음소거시켜놓고,
타이핑하는 키보드 앞 책상 위에 누워 잠을 청하는 나루의 '거의 다 감긴' 눈초리도 외면하고는
새하얀 내츄라 클래시카 사진이 담겨진 낯모르는 이의 블로그에서 흘러나오는
'보편적인 노래'를 들으며
몇 자 적어볼까 한다.

브릿츠의 스피커.
2005년 8월 말년휴가를 나와 용산에서 장만한 지금의 pc.
음악이 너무 듣고 싶어서,
벼르고 벼르다 함께 산,
나름 우퍼도 하나 달린 묵직한 스피커.
이제 명을 다했는지 고르지 못한 소리를 마치 신음처럼 뱉어내고 있다.

베어다이나믹스의 이어폰.
괜찮은 이어폰 한 번 '제대로' 써보자는 마음에 샀던 묵직한 이어폰.
2007년이 시작되던 무렵이던가,
그 때 장만한 이어폰은 어느 순간인가부터 한 쪽이 덜걱덜걱 거리더니,
2008년 5월 25일
지하철 5호선의 동쪽 끝 무렵,
개롱 역으로부터 신촌으로 되돌아오던 지하철 안에서
네깟 것이 어떻게 그리 타이밍을 잘 맞추었는지
5호선에서 버려져
2호선에 오르던 왕십리역에서부터는 끝내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요샌 E888이 아주 가끔 밸런스가 무너지곤 한다.
앞으로 더 자주 그러하겠지.
그러다 어느 순간엔 한 쪽에서 '지직_' 거리다가는
결국 단선되고 말겠지.

그러나 스피커든 이어폰이든
쉽게 버리고 새 것으로 바꿔치기 할 수 없는 것들이어서
사소한 것이지만
그 사소함 때문에 더욱 든 것이 '정'이라,
그들이 들려준 음악과 사연 마저도 다 함께 버려지는 듯 하여
쉽게 내치지 못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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