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거미원숭이글 1건
2010.06.05 스콧 핏츠제럴드_
스콧 핏츠제럴드_
하루키는 '상실의 시대'에서 와타나베의 입을 빌려, 죽은 지 28년 밖에 안 된 스콧 핏츠제럴드이지만, 바로 그이기 때문에 2년 정도는 충분히 커버되는 것이라며, 그의 책은 아무런 때에나 아무 페이지를 펼치고 읽을 수 있다고 했다. 나는, 그의 30년 이론을 무척 좋아하는 편인데 몇 안되는 부끄러운 독서 목록 중에서 유일무이하게 아무런 때에나 아무 페이지를 펼쳐 '상실의 시대'를 몰입하여 읽을 수 있다. 필름을 맡기러 신촌을 벗어나던 길, 그래서 필름을 맡기고 찾기 까지의 약 두 시간여 정도를 '소비'할 목적으로 찾아간 헌 책방에서 '상실의 시대'는 없지만 단편집 하나는 있어요, 하는 아주머니의 짧지만 호소력있던 그 한 마디에, 그의 단편 모음집, '밤의 거미원숭이'를 사서 이 곳에 왔다. 제법 깨끗한 책의 뒷 면에는 소박한 금액이 연필로 씌여져있고, 해가 내리쬐는 토요일 오후, 커피 한 잔의 값보다도 싸게 책 한 권을 사고 판다는 것에 대하여 나는, 우리 시대를 향해 경이로움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 책방을 나서던 바로 그 첫 발자욱과 함께 레이첼의 Quiet가 흘러나와버려, 카메라 가방을 메고 한 손엔 '밤의 거미원숭이'를, 다른 한 손엔 전화기를 들고서 이 곳 신촌 땅을 걷고 있는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나 자신을 동정하지 말라던 비열한 치, 그가 생각났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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