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벚꽃 그리고 너글 1건
2010.06.01 봄날, 벚꽃 그리고 너 1
봄날, 벚꽃 그리고 너




스무살 적엔 스무살의 가치를 몰랐다.

그 이전에 비명횡사하는 경우만 제외한다면,

그런 불행을 피하기만 한다면

누구나에게 찾아오는 것이라고만 여겼다.

그것은 극소수를 제외한 누구나에게 찾아오는 만큼

그만큼 값어치가 덜한 줄만 알았다.

 

그 때엔

나를 무척 잘 안다고 생각했었다.

난 이미 더이상 변하지 않는 온전한 인격체로 존재하는 줄만 알았다.

고등학생 때의 많은 일들을 뒤로 하고,

이제는 해질녘 동산 위에 우뚝 서서 밤이 내리기만을 기다리는 '큰' 사람처럼.

더이상 나는 성장하지 않을 것으로만 알았다.

 

그 때엔

다른 사람들을 몰랐다.

'온전한 인격체'로 우뚝 섰다고 생각한 '나'만을 알았다.

그 때엔 다른 사람들을 몰랐다.

타인의 기호, 타인의 취향, 타인의 생각, 타인의 사상.

다른 사람들을 몰랐다.

오로지 '나만 알았다'고 생각 '했었다'.

 

곧게 오진 못했어도,

그럭 저럭 이런 저런 일들을 겪으며

스물 아홉에 이르렀다.

스물 아홉에 이르러보니

조금은 다른 사람을 알겠다.

다른 사람을 알아가는 만큼, 비로소 나도 알겠다.

스무살의 가치를 알겠다.

그 시절의 나를 알겠다.

그리고,

그 시절의 너를 알겠다.

 

우린 어렸고,

스무살의 우린 다만 우리를 몰랐을 뿐이다.

 

그렇게 조금씩 엇나간 우리들의 미묘한 톱니바퀴는

결국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그런 걸,

 

이제와서야 알겠다.

 

 

 

 

ㅡ 스물 아홉, 자정에 가까운 어느 봄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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