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죽인다글 1건
2010.03.11 사람을 죽인다 3
사람을 죽인다
야포정보작전병이었다.
제 5기갑여단 내 6665포병 대대로 배치받은 나는,
뭐가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등병이 뭘 알겠나 ㅡ )
Fire Direction Center라고 불리우는 병과에 속하게 되었다.
한 번 정하고 나면 끝 ㅡ
아니 거의 끝 .

남은 2년 가까이를 지내야 되는 곳이다.


내가 했던 일은
얼마나 효과적으로 상대를 살상할 수 있는가를 연구하고,
실전에 숙달시켜,
그것을 전투에서 수행하는 것이었다.

155미리 자주포병으로서,
장갑차에 탑승하여,
전방의 관측반이 정찰해 온 타겟에 대해
포사격이 가능하도록 되도록 빠른 시간 내에 정확한 사격 제원을 산출하여
장교에게 전달한다.
장교는 최종 확인 후 (그럴 시간이 있겠나 ㅡ )
포반에게 사격 명령을 하달하고,
포대 내의 6개 포반은 (비상시 24 문으로 늘어난다)
장교의 명령에 따라 사격을 실시한다.

쉽게 말하자면,
포트리스의 계산병이었다.

최단 시간 내에,
정확한 사격 제원을 산출하는 것,
이것으로 요약되는 임무.


마치 전과 혹은 백과사전처럼
두꺼운 책 한 권이 있다.
이름하여 '야포정보대포포술'.
그 책 한 권을 마스터하면,
한국군이 사용하는 155미리 자주포 사격의 모든 것에 대해 알게 된다.
그 책은,
가능한한 빨리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하도록 숙달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것들이 핏 솟에 녹아들도록 연습하고 연습했다.


하찮아보이는 조명탄에서부터 High Explosive 고폭탄을 거쳐
APICM과 DPICM,
그리고 RAP탄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사람을 죽이는 방법을 숙달했다.
그러한 종류의 연습은 어쩐지 쉽게 받아들여졌고,
이등병이었지만,
왠만한 분과 고참보다 실력이 좋았다.
그리고 일병 1개월 째엔,
분과장보다 잘했었다.
결국 나중엔 이러한 일들로,
포상까지 받았다.


사람을 죽이는 방법을 숙달해놓고는
포상을 받았다.
잘했다 오 일병. 앞으로도 계속 포대의 발전을 위해 정진하도록.
국가의 부름 앞에 명실공히 업적을 쌓았으므로 이에 상장을 수여함.



나를 정당화했다.
끊임없이 정당화했다.
그리고 그것은 통했다.














오늘 문득 되살아난 이 생각들은
쉽사리 떨쳐낼 수가 없다.


Fritz Haber.
쉽사리 떨쳐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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