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에 관하여글 1건
2010.06.01 상실에 관하여 ㅡ
상실에 관하여 ㅡ
 

어제의 일이었다. 연구실에서 이런 저런 서류를 챙겨서 교내 은행으로 향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때는 한 낮이었고, 이과대학의 정문은 개방되어 있었다. 때문에 야간 출입증으로 사용하는 학생증을 미리 꺼내어들고 있을 필요는 전혀 없었다. 그러나, 나는 왜 그랬을까. 분명히 학생증을 손에 들고서, 엘리베이터 안을 가득 메운 묵직한 공기 덩어리를 휘이ㅡ 휘이ㅡ 휘젓고 있었다. 손 안에서 이리 저리 돌려지던 학생증. 무려 12년 전의 사진을 한 켠에 박아놓고는, 그래, 그 빠알간 넥타이가 인상적이었지. 까까머리의 내가 멋적은 표정의 내가 그 안에 있었다.
 은행에 들러, 업무에 필요한 돈을 인출하고서, 거액의 현금을 가방 안에 넣고서는 학생회관으로 향했다. 다소 늦은 점심. 점심을 먹고서, 책을 반납하기 위해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 정문, 게이트를 통과하기 위해 주머니를 뒤졌을 때 그 때, 바로 그 때 나는 알았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너무나 오래도록 함께여서 그 존재 가치가 서서히 희석되어버린 얇은 증서 하나. 언제 나를 떠났는지조차 나는 모르고 있었다.
 너무 가까웠고, 너무 친숙했고, 그래서 오히려 소중함을 몰랐던 존재.

 2년 만에 맞이한,
 바로 이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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