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글 7건
2010.02.16 변하지 않는 것들에 관하여 4
2010.01.27 clear
2010.01.27 퀘스트 ㅡ 일기.
2010.01.24 iPhone with Universal Dock_ 4
2010.01.19 안녕 그리고 비 ㅡ 2
2010.01.15 연구실 홈페이지
2009.12.21  4
변하지 않는 것들에 관하여
동구, 동리 혹은 마을
그보다 더 적절하게 태어난 곳을 설명할 단어는 없는 것 같다.
집에서 5분 거리엔 우물이 있었다.
그 우물을 기점으로 옹기종기 모여있는 집들의 군상이 그 곳까지 선이라도 그은 듯,
우물을 지나고부터는 내리 오르막이다.
실개천이 흐르고,
논이 펼쳐져 있으며,
먼 발치엔 온통 산과 산과, 과수원이 있었다.
그 논의 한쪽 가엔
창수가 살던 집이라고 했던가,
낡다 못해 다 스러져가는 길게 늘어선 폐공장의 앞 뜰에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우리 가족이 이 곳, 동리로 이사오기 훨씬 전부터
그 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을 것이다.

길이 크게 나,
차들이 다니는 길까지의 오르막을 오르면,
버스를 기다리는 그 곳에서는 동리가 한 눈에 내려다보였다.

커어다란 나무 한 그루도 한 켠에 자리잡아서
그 모습은 어떤 이의 눈에는 자못 고즈넉해보이기도 한 그런 것이었다.

비만 오면 진창길로 변하는 흙길이
언젠가 콘크리트 길로 바뀌었다.
그렇게 콘크리트 길 위로
사람들과 차들이 오고가면서
흙들이 쌓였고,
여전히 먼지가 날리던 콘크리트 길은
언젠가 아스팔트 길로 바뀌었다.

그렇게 아스팔트 길이 나던 즈음에는
멀리 보이던 과수원에서 더 이상 두툼스런 종이 봉지들도 사라져버렸고
국민학교 3학년 때,
자연 시간에 준비물로 가져가려고 올챙이를 잡았던
그 실개천에도 더 이상 눈에 뵈는 것들이 없어져가고 있었다.

열 아홉 살,
대학 수학 능력 시험을 치르고 난
무얼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던 나는
그 해 겨울,
여느 때 처럼 느즈막히 집으로 돌아오다가도
문득 문득 그 커다란 나무 곁에서
오리온 자리며, 쌍둥이 자리,
그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는 큰 개자리의 시리우스를 보곤 했었다.
어느 날인가에는
친구의 쌍안경을 빌려
벌판 위에 서서
천정 꼭대기에 박혀있던 목성을 보던 날도 있었다.

서른이 되고,
마흔이 되어도,
나고 자란 이 곳에서
이 동리에서 이 집에서
할아버지가 손수 지으셨다는 이 집에서 살게 될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사람의 생도 변하고,
집도 변하고,
동리도 변하여
이제는 커다란 나무마저도 사라져
이 조그만 동리에 육 층짜리 국민학교가
아니,
초등 학교가 들어섰다.
논도 밭도 과수원도 산도
사라진 지 오래.
티비 속에 나오는 어여쁜 아낙들이 손짓하는
아파트가 들어서고
몇 달만에 한 번씩 동리를 찾는 나는
이 묘한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할 지 몰라
이래 아우성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변했고
나도 변했고
영원할 줄로만 알았던,
이제는 친구라 부르지 않는 그도 변했다.

저기 저 머리 위에서 빛나는
별들도 변한다는데
이 작은 행성의 초라한 귀퉁이,
그 곳에 사는 나는 왜
변치 않을 거라고 믿었던 것일까.

빛의 속도는 유한하다던데,
그것마저도 변하는 것은 아닐까...

clear
_ 하나,

+ 하난 아직 못 마쳤구나,
퀘스트 ㅡ 일기.
선배로부터 받은 새로운 퀘스트(!)
(그렇다.
선배님 머리 위에 느낌표가 하나 밝은 후광과 함께 떠 있고
그것이 살콩 살콩 야들 야들 움직여주고 있는 것.)

오늘 오전에 그것을 처리했어야 했는데 무려 서류를 내 책상이 아닌 옆 테이블에 놔두었다는 것 하나만으로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하루를 그냥 보냈.....
(단지 퀘스트 클리어의 날짜가 하루 미뤄졌다고 축소 해석해버림 -_-)

늦어가는 밤,
집으로 돌아와 빨래를 하고, 탁탁 펴서 널어놓고는
늦어가는 밤,
컴퓨터를 켜고는 이렇게 한 자 글적거린다.

진행중인 퀘스트.
신촌에서 ㅡ
학교, 과학관까지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
신촌, 지하철 역까지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
학교, 중앙 차로까지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
적당한 가격일 것.
그러한 집을 알아보는 퀘스트.
내일 중으로 퀘스트를 클리어할 듯으로 보인다.
자체 클리어같은 감이 없진 않지만,
더 이상 신경쓰면서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아.

이제 잘까.
우유에 푸욱 ㅡ
콘플레이크를 한 그릇 비운 밤.
빨래가 익어가는 밤.


iPhone with Universal Dock_


지긋지긋했다.
뼛 속 깊이 지긋지긋했다.

잊기 위해 바꾼 전화기였지만
되려 그로 인해 늘 생각났다.
전화기를 만지작거릴 때마다.
전화기를 만지작거릴 때마다.

지긋지긋했다.
정말 너무 지긋지긋했다.

살아온 날들로 쳐도,
(아무도 모르지만) 살아갈 날들로 쳐도,
지나온 이 년은 결코 짧지 않으리.

이제는 다른 삶을 살겠다는
해묵은 다짐조차 지긋지긋했다.

서른,
소박한 잔치야 시작되어라.

함께 가자.
이제.

안녕 그리고 비 ㅡ
교내 식당.
얕은 호주머니 사정으로도 한 끼라 부를 법한(어떤 의미에선)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곳.
메뉴 고르기의 쉽지 않은 고민을 덜어주는 곳.
그 어떤 밥집보다도 가까운 곳.
그 곳에서 식사를 마치고
역시 교내 caffe.
따뜻한 커피 한 잔을 함께 하고 나선 바깥 세상은
느리게 느리게 내리는 비로 인하여
형용하기 어려운 음습함이 가득 가득했다.

연구실,
책상에 앉으니
창 밖에선 추적 추적 비가 내리고
아, 얼마나 기다려온 비였던가
살을 에는 듯한 추위야 물렀거라 속삭이면서
얼마나 비를 기다렸던가.

그러나
그간 정 들었던 물건 하나를 떠나보내고
내려앉는 밤,
추적추적 빗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푸욱 ㅡ
가라앉는다.

안녕,
그리고 비.

 ㅡ 이천 십 년 일월, 화요일 밤


연구실 홈페이지
연구실 홈페이지에 달려있는 개인 페이지를 조금 손보았다.
http://gem.yonsei.ac.kr/~ksoh

사진도 조금 바꾸고 ㅡ
CV도 고쳐넣고 ㅡ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던 페이지는 없앴다.

해묵은 체증이 다 ㅡ
내려간 느낌.

: )
센다이 국제 공항은 온통 하얗고 반들반들한 광, 그 자체였다.
높은 곳에서 주무르는 어떤 전지전능한 그 분이 계셔셔,
조금씩 우매한 인간들이 비뚤어질 때마다
손가락으로 툭, 툭 줄을 맞춰주신걸까 ㅡ
반듯 반듯,
그리고 어그러지지 않은 모오든 사물 사람들 그리고 그들 모두 ㅡ.

건네주신 맥주 한 잔을 단숨에 들이키고
비행기에 올랐다.

빈 속이라 그런지
더한 포만감,
비행기는 부웅 ㅡ 허공에 몸을 띄웠고
그리고 너바나가 흘러나왔다.

맥주 탓일까
한잔 뿐인데

왜 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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