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 전의 일이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신촌 거리를 거닐다 굴다리 즈음까지 다다라서는
비도 피할 겸, 처음 보는 '소박해보이는' 술집엘 들어갔었다.
개업한 지 얼마 안되었다면서
'우리 어머니' 연배로 보이는 아주머니 한 분이
아들, 딸과 함께 가게를 꾸리고 계셨다.
역시 아직 개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노라며
레몬소주의 농도가 '그 때 그 때 마다' 다름을 수줍게 고백하시던 분들.
나와 동갑이라는 아들, 두어 달 후엔 군대엘 간다며 두툼한 해물파전을 연신 건네주시던 기억.
그리고 일년 반 후,
나는 경기도 연천군 전곡면에서
규격 봉투에 담긴 어머니의 편지를 받았다.
털어넣은 술잔만큼
털어버린 이야기들이
무수히도 흩어져간 곳.
지금도 매일같이 굴다리 곁을 지나며
이제는 다른 간판으로 바뀌어버린 어사와 그 자리를 보면서
같은 생각을 반복하고 있다.
'어머니,
건강히 잘, 지내시지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