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mporary글 97건
2010.05.16 ars longa
2010.05.16 끄적임.
2010.05.06 밤풍경 2
2010.05.03 잠시 멈춤
2010.04.30 작은 기대
2010.04.28 안녕. 5
2010.04.26 비 ㅡ 2
ars longa
한 사람만이 겨우 지나갈 듯 싶은,
십여 개 남짓한 나무 계단을 오르면
계단의 중턱, 오른켠에 자리한 나무문이 하나 있다.
휘황찬란한 네온 사인도, 멋들어진 치장도 없는
소박한 나무 문.
슬그머니 그 문을 여는 그 순간의 설레임이 좋았다.

그 곳에 흐르는 공기에는 마치,
스피커 속을 한 번씩 모조리 거쳐온 것만 같은 내음이 있었다.
노오란 바나나, 벨벳 언더그라운드와
어디를 보고 있는지 종잡을 수 없어보이는 환한 웃음의 지미 헨드릭스와
속이 상할 대로 상해보이는 커트 코베인,
그리고 옐로우 서브 머린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결코 편안하다고는 할 수 없는 동그란 나무 의자에 몸을 실어
한 번 결이 발라진 바에 앉곤 하던 곳.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고 했는데,
그 짧은 인생 속에서도 이렇게나 아쉬움이 많아서야 어쩔까 ㅡ

돌아갈 수 없어서 더욱 가슴아픈 그 곳.
그리고 형.


끄적임.
날 아는 이 하나 없을 것만 같은 거리를 걸었다.
스치고 지나는 모든 것들이 생소한 그 곳.
제법 크고 높은 건물들에 둘러쌓인 일종의 분지와도 같은 곳에
넓직한 도로 위로는 차들이 다니고,
그 곁의 길 우로는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모두들 어디론가 종종종 각자의 삶을 향해 걷고 있었다.

예상보다 너무 빨리 도착한 그 곳에 다다라서는,
조금 더 걸어도 좋을텐데,
라고 생각하고는
이내 버스에 올랐다.

이천 십 년 오 월의 일요일 오후에.
밤풍경
연구실을 나섰을 때, 빗방울은 조금씩 제 몸집을 불려나가기 시작하고 있었다. 과학원을 지나 체육관을 끼고 공과대학 앞으로 내려가는 길목에선 마치 세상이 요동치는 듯, 거센 바람마저 휘몰아쳐대었다. 얼굴을 가득 뒤덮는 빗방울의 느낌이 좋았다. 휴일의 끝에서 많은 일들을 남겨둔 채 퇴근하는 밤 풍경은, 저 멀리 노오란 나트륨 등이 거무튀튀한 스펀지와도 같은 하늘에 폭 파묻혀 알알이 비를 비추는 모습 그것이었다. 큰 길을 건너, 골목 골목을 지나 우상 숭배의 거대한 제전 앞에 이르른 즈음엔, 홍대로 향하는 넓은 길 앞에서 카메라를 놓고 온 것을 잠시간 후회했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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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멈춤
흑백 두 롤을 찍고 나서,
컬러 한 롤을 찍는 것이 이리 더딜 줄은 몰랐다.
아니 조금은 생각했었다고 함이 옳다.
그러나 이 정도일 줄은 미처 몰랐다.

자잘한 실수들을 가득 안은 이 필름은
열 방 남짓을 남겼을 뿐이지만
도대체 어디에서 무엇을 언제 어떻게 담아야 할런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
그래,
그 무엇이 정해져있어서 그리로 이끌겠냐마는.
그래도 지금과도 같은 마음으로는
어디에서 아무런 감흥조차 없이
셔터를 눌러야 할런지
도저히 모르겠다.


작은 기대
어떤 기대와
어떤 설레임을 안고
나는 버스에 오른걸까 ㅡ

솔직하지 못한 서른아,
조금쯤은 철이 들어도 괜찮단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안녕.
필요할 때에만 연락하는 사람.
안녕 ㅡ
비 ㅡ
잠깐 바람이라도 들어오라고 열어둔 창문이었다.
열어두고 보니 빗소리가 너무 듣기 좋아서,
한참을,
그렇게 내버려두었다.

창문을 통해
자못 차가운 바람과
타박 타박 빗소리들
그리고 이리 저리 찢어진 파편같은 빗방울들이
이 곳 6층 창가로 무수히도 쏟아내려 책들을 적셨다.

건강하지 못한 정신으로
무언가를 골몰히 생각하려 하니
그것이 잘 안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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