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rmur log글 90건
2010.05.23 all cleaned out... 1
2010.05.22 아카시아 2
2010.05.20 다소 너그러워질 시간에 1
2010.05.19 기다리며 4
2010.05.17 clear 2
2010.05.16 ars longa
2010.05.16 끄적임.
2010.05.06 밤풍경 2
2010.04.30 작은 기대
2010.04.26 비 ㅡ 2
all cleaned out...
2003년 12월.
서울보다 개성이 더 가까운,
경기도 연천군 전곡 땅으로
엽서가 한 장 날아들었다.

'규석아,
Elliott Smith가 자살했단다...'

관물대 앞에 서서 조심스레 노란 관제엽서를 읽어내려가던 나는
더이상 움직일 수가 없었다.

All cleaned out...
그대 말마따나....
아카시아
연구실로 돌아오는 길에 Caffe Caffe에 들러 따스한 카라멜 마키아또 한 잔을 뽑아들었다. 비가 내리는 듯 마는 듯, 촉촉하게 여름으로 향하는 환영의 인사라도 하듯, 그렇게 내리는 토요일의 밤이다. 모두가 정문을 나서는 속에, 교정을 거슬러 오르는 사람은 나 혼자 뿐인 듯 했다. 어느덧 체육관을 지나 과학관 즈음에 이르렀을 때엔, 어디선가 아카시아 향이 살며시 날아들었다. 밤은 까맣게 내려앉았고, 도서관마저 불 꺼진 층이 어둑하게 자리한 시각, 어디에서 스며들었는지 모를 아카시아 향에, 나도 모르게 그만 그 말이 생각나버렸다.
'그래도 마음은 부자가 아닐껍니까'

이런 일 그리고 저런 일로
마음의 부자가 되어버린 밤을 맞이하였다.

고맙습니다.
다소 너그러워질 시간에

주말이라는 다소 너그러워질 시간에,
바다엘 다녀오고 싶어졌다.

기다리며

'어떨까' 하고 시작한 필름이었지만
이제는 빠져들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 바르낙 그리고 즈마론을 기다리며.
clear
나흘 간 열심히 찍었던 필름 두 롤이
'모두'
헛고생이었음을 알게되기 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직도 손 맛이 덜 익은건가,
와인딩 할 때부터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나만의 결정적인 순간들은
그렇게 애시당초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실수하지 말자.
다시는.



덧.
정말 뽑고 싶은 사진이 딱 한 장 있었는데.....
속상한 월요일 저녁.


012


ars longa
한 사람만이 겨우 지나갈 듯 싶은,
십여 개 남짓한 나무 계단을 오르면
계단의 중턱, 오른켠에 자리한 나무문이 하나 있다.
휘황찬란한 네온 사인도, 멋들어진 치장도 없는
소박한 나무 문.
슬그머니 그 문을 여는 그 순간의 설레임이 좋았다.

그 곳에 흐르는 공기에는 마치,
스피커 속을 한 번씩 모조리 거쳐온 것만 같은 내음이 있었다.
노오란 바나나, 벨벳 언더그라운드와
어디를 보고 있는지 종잡을 수 없어보이는 환한 웃음의 지미 헨드릭스와
속이 상할 대로 상해보이는 커트 코베인,
그리고 옐로우 서브 머린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결코 편안하다고는 할 수 없는 동그란 나무 의자에 몸을 실어
한 번 결이 발라진 바에 앉곤 하던 곳.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고 했는데,
그 짧은 인생 속에서도 이렇게나 아쉬움이 많아서야 어쩔까 ㅡ

돌아갈 수 없어서 더욱 가슴아픈 그 곳.
그리고 형.


끄적임.
날 아는 이 하나 없을 것만 같은 거리를 걸었다.
스치고 지나는 모든 것들이 생소한 그 곳.
제법 크고 높은 건물들에 둘러쌓인 일종의 분지와도 같은 곳에
넓직한 도로 위로는 차들이 다니고,
그 곁의 길 우로는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모두들 어디론가 종종종 각자의 삶을 향해 걷고 있었다.

예상보다 너무 빨리 도착한 그 곳에 다다라서는,
조금 더 걸어도 좋을텐데,
라고 생각하고는
이내 버스에 올랐다.

이천 십 년 오 월의 일요일 오후에.
밤풍경
연구실을 나섰을 때, 빗방울은 조금씩 제 몸집을 불려나가기 시작하고 있었다. 과학원을 지나 체육관을 끼고 공과대학 앞으로 내려가는 길목에선 마치 세상이 요동치는 듯, 거센 바람마저 휘몰아쳐대었다. 얼굴을 가득 뒤덮는 빗방울의 느낌이 좋았다. 휴일의 끝에서 많은 일들을 남겨둔 채 퇴근하는 밤 풍경은, 저 멀리 노오란 나트륨 등이 거무튀튀한 스펀지와도 같은 하늘에 폭 파묻혀 알알이 비를 비추는 모습 그것이었다. 큰 길을 건너, 골목 골목을 지나 우상 숭배의 거대한 제전 앞에 이르른 즈음엔, 홍대로 향하는 넓은 길 앞에서 카메라를 놓고 온 것을 잠시간 후회했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걸까.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작은 기대
어떤 기대와
어떤 설레임을 안고
나는 버스에 오른걸까 ㅡ

솔직하지 못한 서른아,
조금쯤은 철이 들어도 괜찮단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비 ㅡ
잠깐 바람이라도 들어오라고 열어둔 창문이었다.
열어두고 보니 빗소리가 너무 듣기 좋아서,
한참을,
그렇게 내버려두었다.

창문을 통해
자못 차가운 바람과
타박 타박 빗소리들
그리고 이리 저리 찢어진 파편같은 빗방울들이
이 곳 6층 창가로 무수히도 쏟아내려 책들을 적셨다.

건강하지 못한 정신으로
무언가를 골몰히 생각하려 하니
그것이 잘 안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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