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저녁의 서울숲은
한산하다못해
지루함이 모래알 하나 하나에 스며들어있는 듯 했다.
하늘은 이내 붉게 물들어갔고,
지난밤 비가 내리고 갠 탓인지
몽글몽글 새하얀 구름이 햇빛을 받아
이런 저런 색으로 되비치고 있었다.
걷고 걸어, 다리가 뻐근해질 즈음
해도 마침 다 져버리고 말아,
낯선 곳에서
낯선 버스를 타고
낯선 곳을 돌아 돌아
신촌으로 되돌아 왔다_
서쪽 하늘로는 노을이 지고 있었다. 살짝 생채기라도 난 듯이 사선으로 얇게 그어진 좁은 틈이 하늘 한 가운데에 박혀있었다. 이과대학 7층, 아는 사람만이 아는 또 다른 옥상에 올라 이곳 저곳을 향해 셔터를 눌렀다. 그 곳에서 바라본 캠퍼스에는, 삼삼오오 어디론가 향하는 사람들이 저기 저만치 아래 아스팔트 위를 느릿 느릿 움직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