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rmur log글 90건
2011.10.23 
2011.10.18 조금씩_ 6
2011.10.05 가을이 지나가네_ 4
2011.10.04 요즘_
2011.10.02 2nd Oct. 4
2011.10.01 몇 가지_ 3
2011.09.27 time for pleasure_ 1
2011.09.25 "나의 짧은 파리견문록" 5
2011.08.28 '클림트'씨
2011.08.24 we may never meet again_ 5
가만히 앉아서 나를 바라보던 너를 꼬옥 끌어안았다.
너는 미동도 없다.
꿈벅꿈벅
나를 바라보던 너를 보고
왈칵 ㅡ

지금 듣고 있는 '그리움' 때문 만은 아니겠지.

옷을 챙겨입고 밖엘 좀 다녀와야겠다 ㅡ

이렇게 또 하루가 간다.

조금씩_



같이 사는 고양이의 이를 닦아줄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러니까
우선 치약의 맛부터 익힐 수 있게끔 하란다.
좋아할 수 있는 그런 향과 맛으로 포장되어 있는
치약을,
같이 사는 고양이가 좋아할 수 있게끔,
강제하지 말고,
조금씩 맛 보게 하란다.

그래서 거부감이 줄어들 즈음
칫솔로부터 직접 먹게 만들란다.
그렇게 또 반 걸음 나아가란다.

그렇게 같이 사는 고양이가 치약과 칫솔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 즈음,
입가 한 쪽을 슬쩍 잡아당겨 입을 벌리고 칫솔질을 해 주란다.
칫솔을 45도 각도로 부드럽게 해 주란다.


그렇게 조금씩 다가갈 일이다 ㅡ
가을이 지나가네_



#.

이런걸 두고 '나이 들었다'고 하는 걸까.


21살 때였다.

흑석동, 학교 앞 커피숍에서 홀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던 즈음.

후문이 정말 높은 언덕배기 위에 있었는데,

중문, 정문을 지나 Y로,

흑석 시장까지 한 걸음에 내달리던 때가 있었다.


근데,

이젠 그렇게 하고 싶지가 않아.


언젠가 '생각에의 강요'가 커다란 불쾌함으로 다가왔던 날이 있었지.

여느 때처럼 집으로 돌아가기 전 잠시 들른 그 곳,

맥주를 마시면서 건네 들었던 '강요'.


굳이 힘 빼고 싶지 않아.

이렇게 2011년이 간다.


요즘_
때때로 어떤 노래들은 '그 때 그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다.
예를 들면,
Travis의 곡들은 21살 겨울,
용돈 벌이를 위해 1-1번 버스를 타고 1시간을 이동하던 눈이 많이 내린 그 겨울을 생각나게 한다.

Queen의 그 곡,
B가 늘상 신청하던 그 곡은 눅눅하고 어두운 흑석동의 Ars longa,
Beatles와 Kurt Cobain, Jimi Hendrix가 붉은 벽돌 벽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던 곳,
Velvet underground의 노오란 바나나,
yellow submarine,
손에 잡힐 것만 같은 담배 연기들.
이제는 가볼 수 없는 그 곳을 생각나게 한다.

old boy의 그 곡은,
학생회관을 지나 이제 막 백양로를 건너,
구 중도 앞 잔디밭을 건너던 즈음을 생각나게 만들지.

"그거 부르지마"

일 년이고,
이 년이고 지났을 때
아니 좀 더 써볼까,
마흔에 다다랐을 때
우연히라도 이 포스트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

그 때 그 시 월은 어떠했다고 말하게 될까.



2nd Oct.




#.
기운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게 만드는 끔찍한 두통이 찾아왔다.
멍한 몸과 마음으로
국을 데워서 김치와 함께 한 그릇 들이키고 나서
죽은 듯이 잠을 청했다.
어둠이 가득할 즈음 일어났건만 아직도 뻐근해.
이렇게 일요일마저 지나간다.


#.
결혼식에서 8~9년 만에 만난 동기들은 이런 것들을 묻는다.
뭐하고 지내. (취직은 했냐, 했으면 어디라고 알아서 말해봐)
좋은 소식은 있고. (결혼 했나? 안했으면 사귀는 사람이 있는지 역시 알아서 말해봐)
계속 안 보이던데. (너 내 결혼식엔 안 왔지)


#.
인사(치레)를 극도로 싫어하는 나는
그래서 '잘라내기'를 잘 하는지도 모르겠다.

몇 가지_


시 월, 서울에서
구 월, Giverny의 사진을 보면서 몇 자 남긴다.


#.
10월 1일이라니. 이렇게 빨리 한 해가 다아 ㅡ 지나가버릴 줄, 누가 알았으랴.
랩탑의 왼켠, 빼곡히 들어찬 deck의 applications 사이로
자그마하게 그러나 당당하게 숫자 1이 들어차있다.
가을은 몇 가지 피곤한 열병들과 함께 찾아와
온 몸 구석 구석을 파고들었고,
남은 석 달 역시 순식간에 흘러가버릴까 자못 걱정스럽다.


#.
툭 탁탁ㅡ 툭 탁탁ㅡ 툭 탁탁ㅡ 툭 탁탁ㅡ


#.
잠깐 눕는다는게 정신을 차리고보니 밖이 어둡다.
창 밖은 온통 어둠.
그 사이,
중학교 1학년 때 그렸던 정대만의 '이죽거리는 얼굴'을 카카오톡 프로필로 저장해둔 것을 보고
Y가 왜 삐죽이냐며 메세지를 하나 보내왔다. 


#.
'여자는 홀로 우아하게 늙어가는게 가능해. 그러나 남자는 추해진단다'
그 분이 말씀하셨다.


#.
2롤+12롤의 현상할 필름들이 생겼다.
지난 8월, 학교와 나루와 선유도, 그 몇 곳을 담은 2롤과,
지난 9월, Preston과 Paris 그리고 Giverny를 담은 12롤.
말미엔 B의 결혼식도 담겨있지.
수요일엔 새벽같이 공항엘 가야하니 화요일 저녁까지는 꼭 맡겨야겠다.
궁금하다. 궁금해. 너무 궁금해. 한 여름의 뙤약볕. 비바람 불던 Preston. Paris


#.
'잘 알지도 못하면서'.

건네는 인사(치레).
(눈)웃음.
(가벼운) 손가락들.

지겹다.
time for pleasure_

google image


2003년 파주시 적성면 적암리에서 받아본 편지에는 사진이 몇 장 들어있었다.
그 사진들에선 묘하게도 '향기'가 났었는데.
오전,
연구실엘 찾아온 후배의 여자친구 덕분에, 그 향이 되살아났다.

time for pleasure,
웃기지.
"나의 짧은 파리견문록"



디저트의 도시. 모든게 느려. 식사 한 번 하려면 최소 2시간. 뭉게 구름과 파란 하늘의 9월. 보이는 모든 벽엔 알 수 없는 낙서가. 말, 말, 말들이 넘쳐나는 곳. 이렇게도 사람들은 산다. 이 비옥하고 드넓은 평지, 이 축복받은 땅에 있어서 가장 커다란 문제점은 바로 프랑스인이 너무 많다는 것. 그들은 영국인과 왜 이렇게도 다를까. 대륙인의 마인드. 내가 우선. 거리 곳곳엔 쓰레기가. 심지어 볼일보는 남(여)자도 있어. 궁금해. 어떻게 이런 나라가 인공위성을 쏘아올리고,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가 되었을까. 수학과 물리를 정말 잘해. 근본적인 것에 대한 탄탄함. 에둘러 돌아가거나 회피하지 않는 진실함. 믿기 어려울만큼 아름다운 건물들. 그 디테일에 또 한 번 놀라. 그리고 영어를 정말 못하지. 담배도 정말 많이 피우고 말야.

더 늦어 잊어버리기 전에 몇 가지라도 적어두고 싶었어. 지난 열 이틀의 파리 방문기.
"나의 짧은 파리견문록"
'클림트'씨



'클림트'씨를 그렇게 조리있고 명료하게,
그리고 차분하게 말할 수 있게 된 나를 발견한 것은
정말로 큰 수확이야.
나도 놀랬어.

이 말을 꼭 적어두고 싶었어.

이럴 땐 사진 한 장 정도 blurry하게 걸어두고 싶은데,
어쩌나 ㅡ
이젠 일말의 흔적도 남아있지 않아.

2011. 8. 28 새벽.
we may never meet again_


"we may never meet again"

#.
마지막으로 남겨져있던 몇 가지 유산과도 같은 것들을 떠나보냈는데도, 여전히 그 그림자가 드리워져있음에 나는 다시금 불안해진다. 별 것 아니었다고 제 중량을 객관적으로 가늠해보지만,  그게 그리 녹녹치가 않다.


#.
어젯밤 우연히 방문하게 된 홍대의 금속공예실기실. 사각의 큐비클에서 생활하다가 그렇게 너른 장소의 복잡하게 장비들이 널려있는 공간에 들어서니 적잖이 적응이 힘들었다.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선반 기기들. 드릴. 자재. 가공하면서 떨어져나온 파편들. 책상 위에는 부속을 뜯어낸 카메라들이 어지럽게 놓여있었다. 꼼꼼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재료를 가공하는 그 손을 보면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번지르르한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 속 깊이 간직한 의지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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