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rmur log글 90건
2011.06.25 25. 6. 11 4
2011.05.28 어머니_ 1
2011.05.14 좋아하는 것만을_ 2
2011.05.03 _
2011.01.13 친절한 Kevin씨
2011.01.10 Rainy sunday in Seattle_
2011.01.09 아, SEATTLE. 1
2010.12.18 세 가지 질문_ 2
2010.12.18 나루에게_ 1
2010.12.18 5 slide ver.
25. 6. 11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걸 몇 조각 먹으면서,
랩탑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려했다.
살이 찔까봐 잘 주지 않는 몇 가지 '맛있으나 몸에는 좋을리 하나 없는' 그런 먹거리를 주어야겠구나,
오늘은 그래도 되는, 몇 안되는 날들 중 하나겠지. 라고 생각하고는
아랫 찬장에서 맛있어보이는 것으로 하나 꺼내어,
익숙한 캔 따는 소리를 들려주자, 
귀신과도 같이 알고는 달려와 옹알대는 녀석.
3번에 나누어주겠노라며, 그것마저도 조금만 접시에 덜어내어 내놓았다.
얄팍한 이불 위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
나흘도 넘게 쉬지 않고 내리는 빗소리를 병풍삼아
포클의 그 분이 보내준 old boy ost 중에서 몇 곡을 재생시켜놓고는
몇 글자 적어볼까하여 글쓰기 버튼을 누른다.

'서문'에 살 적엔,
아 ㅡ 이 얼마나 지긋지긋한 이름인가.
그러니까 지금보다 덜 여유로웠고,
지금보다 더 각박한 마음 한 가득 안고 살던 시절,
지금보다 더 옹졸했으며,
지금보다 더 속좁았고,
지금보다 더 치열했던 시절.
지금보다 더 멍청했던 그 때 그 시절엔
이따금씩 이런 저런 생각들을 나름 수월하게 그리고 또 시원시원하게 풀어냈었다.
그러나 늘어난 생각만큼 되려 줄어든 말수는
별 것 아닌 한 살, 한 살 나이먹어가고 있다는 반증일까.

여느 토요일이었다면,
지금 이 시간엔 '나무'의 나무 의자에 앉아서,
나뭇결이 잔잔히 그리고 번드르르,
노오란 등불 아래 은은히 빛나는 bar에서
언제나 스물 한 살, 흑석동 문과대학 옥상을 생각나게 만드는 카프리를 두어 병,
그리곤 잭콕을 두어 잔,
미오가 반갑다고 인사를 하고,
Maximilian Hecker와, Elliott Smith와, Damien Rice와, Rufus Wainwright와, Norah Jones.
영원히 변하지 않을 지루한 플레이리스트가 한 바퀴, 두 바퀴 다시금 쳇바퀴를 돌았을텐데.

며칠 전 그렇게 게워내고 난 뒤로는
이 무슨 쓸데없고, 비생산적이고, 역겨운 짓이냐며.
그러지 말자고, 그러지 말자고.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내 본성은,
본디 이러함일까.
어머니_
꽤 오래 전의 일이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신촌 거리를 거닐다 굴다리 즈음까지 다다라서는
비도 피할 겸, 처음 보는 '소박해보이는' 술집엘 들어갔었다.

개업한 지 얼마 안되었다면서
'우리 어머니' 연배로 보이는 아주머니 한 분이
아들, 딸과 함께 가게를 꾸리고 계셨다.

역시 아직 개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노라며
레몬소주의 농도가 '그 때 그 때 마다' 다름을 수줍게 고백하시던 분들.
나와 동갑이라는 아들, 두어 달 후엔 군대엘 간다며 두툼한 해물파전을 연신 건네주시던 기억.

그리고 일년 반 후,
나는 경기도 연천군 전곡면에서
규격 봉투에 담긴 어머니의 편지를 받았다.
 
털어넣은 술잔만큼
털어버린 이야기들이
무수히도 흩어져간 곳.

지금도 매일같이 굴다리 곁을 지나며
이제는 다른 간판으로 바뀌어버린 어사와 그 자리를 보면서
같은 생각을 반복하고 있다.

'어머니,
건강히 잘, 지내시지요_'



좋아하는 것만을_


좋아하는 것만을 좋아해.
좋아하는 것만을 바라봐.
좋아하는 것만을 얘기해.

그렇게 좋아하는 것만을 원하지 말아.
그 '유일한 것'이 사라져버리고 나면,
아무것도 남게되지 않거든.


_

네가 아니었더라면
나는 사진기를 집어들지 않았을거야.

고맙고,
널 미워해.
친절한 Kevin씨
아아, 친절한 Kevin씨.
이 대책없이 활발하고 사교성 좋은 스위스/독일 동갑내기 친구는
그 넓은 exhibition hall 한 가운데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연신 '안녕'을 건네더니
결국 한 사람, 두 사람 붙잡고는 모두에게 나를 소개해 주고 만다.
덕분에 따로 출력해간 a4 사이즈의 포스터 사본을 몇 장 - 마치 명함처럼 - 건넬 수 있었고,
'우리'가 되어버린 일행의 틈에 끼어 Roosevelt 호텔 1층의 bar에서 간단히 맥주 한 잔을 하기에 이르렀다.
(Seattle brewery에서 만든 Manny's. 오묘하도다....)

John Silverman.
IPMU에 있다는 전형적인 노란 머리의 파란 눈을 가진 '잘 정돈된 사나이'는
포스터에 큰 관심을 보이고는 Type I Seyfert Nuclei의 발견에 대해 연구할 '거리'를 제시하면서,
8월 말에 일본 가시와 市의 IPMU에서 있을 workshop에 초청해주었다.
그러나 아직 세부 일정과  프로그램이 정해지지도 않은 workshop에
덥썩, 하고 가겠다고 할 수도 없는 일.

jet lag 때문에 오후 7시 밖에 안되었음에도 몰려오는 폭풍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먼저 bar를 나서는데,
창밖은 그야말로 눈폭풍이 강림하셨다. 지난 11월에는 10센티미터가 넘는 눈에 온 도시가 '마비'되었었다고 하던데,
설마 학회 기간엔..... (집에 가게 해주세효;;)




학회도 이제 끝을 향해 가고 있다.
그래, 그 동안 누굴 만나고, 보았던가.

Joseph Shields (Ohio) : 포스터 발표에 깨알 같은 글씨로 a4 7장을 덩그러니 붙여놓고 말다니. 실망이로다.
Samir Salim (Indiana) : 핵심을 파고드는 질문들. 약간 구부정한 자세의 왜소한 체구. 벗겨지기 시작한 머리는 지못미...
Meg Urry (Yale) : 여전히 슈퍼 스타.
Bob Nichol (Portmouth) : SDSS Builder 중의 한 사람. Kevin 말을 빌리자면, '무엇이든 이루어내는 결정권을 가진 자'
Ricardo Schiavon (Gemini) : 안녕! 히카르도! :D
Kevin Schawinski (Yale) : 이토록 활발한 줄은 처음 알았도다.
Sugata Kaviraj (Imperial) : 수요일 exhibition hall에서 그를 만났을 때, 그 반가움은 몇 자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정도의 것이 아니다.
Marc Sarzi (Hertfordshire) : 내일은 꼭 오세요, 쫌.....-_-;


내일 저녁엔 Kevin, Sugata, Marc과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다. 누구보다도 편한 사람들.
맥주도 마셔줄테다. 마음껏 마셔줄테다. :)



이젠 잠들어야 할 텐데....
Rainy sunday in Seattle_
Pike Place Market을 등지고 Seattle Convention and Trade center에 가기 전,
Starbucks에 들렀다.
손톱 만큼의 과장을 섞어서 말한다면,
정말 이 곳엔 한 블럭 마다 Starbucks가 있다.
아무 생각없이 횡단 보도를 건너면 또 새로운 Starbucks가 있는 셈.

역시나 Server가 이름을 묻는다. 이번엔 '나의 진짜 이름'을 말했다.
정말 어떻게 쓰는지 궁금했다.
스펠을 묻는 Server. 아무렇게나 써주세요, 라고 말했더니
Smile을 그려놓는다. :)



자리를 잡고 앉아서 필름을 갈았다.
그 사이에 곁에 와 앉은 청년은 Holy Bible을 꺼내들고 읽기 시작한다.
길거리의 행인들, 껄렁한 패거리들을 구경하다 문득,
뒷 자리의 벽면에 분필로 그려놓은 지도에서 Puget Sound를 발견한다.
Kurt Cobain이 'Frances Farmer will have her revenge on Seattle' 에서 말했던 그 Puget Sound가 아니던가!
Pike Place Market을 끼고 있던 그 바다가 Puget Sound 였을 줄이야....
필름으로 한 방,
Puget Sound를 담았다.


(저 멀리 Puget Sound...)


Seattle Convention and Trade center에 도착한건 오후 2시 20분. 등록은 3시부터란다. 어제 check-in 부터 계속 이런식. -_-
40분을 기다려서 badge print를 하려는 사이, Ricardo Schiavon을 만났다. 어찌나 반갑던지 :)
포스터 발표를 한다고 이야기했더니 꼭 들르겠다며 세션 이름과 시간을 적어갔다. 언제 봐도 유쾌하고 반가운 사람.




등록할 때 받은 coffee coupon을 받은지 1분도 채 되지 않아 잃어버린걸 빼고는 이 곳 저 곳, 잘 찾아다닌 하루.
Marc이 check-in 한 것을 확인하고 email을 보냈지만 아직 연락이 없다. 곧 저녁을 먹으러 나가야지.
내일은 비가 내리지 말기를! 아니, 부정형 희망은 이루어지지 않을거라고 했는데, 그럼.... '내일은 화창한 하루이기를!'

:)


아, SEATTLE.
01234



217th American Astronomical Society(AAS) meeting에서 poster 발표를 하기 위해 이 곳, SEATTLE에 왔다. NARITA에서의 3시간 기다림, 그리고 다시 8시간 20분을 날아, 태평양을 건너, 베링 해역 아래를 지나, 캐나다 국경의 아래까지. UA는 처음 이용해보는데 백전 노장처럼 보이는 나이 지긋한 flight crew가 내 영어를 못 알아듣는다.... -_-; coke please를 두 번, 그래도 못 알아듣겠다는 표정이길래 '완전 크게' 다시 한 번 'COKE!' 이랬더니, 알겠다는 표정과 함께 물을 주더라...... (잊지않겠다.....)

TACOMA AIRPORT에서 rail로 갈아타고 University street에서 71번 버스로 환승. 그런데 버스요금을 안 받는다..... 내일 좀 알아봐야겠다-_-; University of Washington 안에 있는 이 곳 College Inn에 도착한 건 오전 11시 5분. 그런데 office hour가 11시부터 오후 3시 까지는 아니랜다... Inn이지만 정문은 잠겨져있고 생각보다 의외로 추운 날씨에 길거리에 캐리어를 세워두고 우두커니 서 있던 10여분. 1층 식료품점 주인이 측은히 여겼는지 전화를 한 통 넣어봐주시겠단다. 그래도 윗층엔 아무도 없을 뿐. 다행히 두 블럭 떨어져 STARBUCKS가 있다. 식료품점 주인에게 연신 감사를 표하고 다시금 빠알간 캐리어에 고동색 카메라 가방을 얹고, 백팩을 둘러메고 학교를 거슬러 올라갔다.

꽤나 작은 STARBUCKS. Caramel Macchiato를 주문하고 어떤 이름을 댈까 잠깐 고민한다. '정확히 말해도 적기 어려우실테니 그냥 '케이죠'라고 적어주세요' 했더니 점원이 컵에 'KAZO'라고 적고는 콜링을 한다. 누가 sleepless in SEATTLE이라고 했던가. 토요일 오전 11시가 조금 넘은 즈음. STARBUCKS에서 오랜 비행 끝에 쏟아지는 잠을 참기란 ....

3시가 되기를 기다렸다가 숙소로 돌아와 check-in을 하고 짐을 풀었다. fabric에 인쇄한 나의 첫 포스터. 캐리어에 두 번 접어서 담아온 포스터는 생각보다 구김이 덜하다. 집게로 집어서 잘 펴지라고 블라인드에 집어두었다. 옷들을 걸어두고 랩탑과 mp3, 아이폰을 충전하고, 잠깐 앉아있는다는게 6시간을 내리 자버렸다.

이 곳 College Inn은 낡고 오래된 유럽식 Inn으로 작지만 이런 저런 소소한 것들이 잘 갖춰져있다. 그런 첫 인상. Marc은 이 곳에 와본적이 있었길래, 그래서 이 곳을 추천해준걸까. 역시 Marc.

Marc은 내일 오후에 도착할 예정이다. facebook을 보니 Sugata가 Sleepy in SEATTLE이라고 남겨놓았다. 적어도 모레엔 conference center에서 Kevin도, Sugata도, 그리고 연이 닿으면 SAM에게 사진을 전해주고, 작년 215th AAS meeting에서 만났던 John도 만날 수 있겠지.

내일은  Pike market에 가볼까. 비를 흠뻑 맞으며 저녁을 사오던 길에 본 camera shop도 들러봐야겠다. 그리고 used book store도.

아, SEATTLE.

세 가지 질문_
1. 두 가지 이상의 언어에 능통한가?
2. 여행을 좋아하는가?
3. 천문학이 아니면 정말 안되는가?

세 가지 질문 모두에서 긍정적인 대답을 할 수 없다면,
PhD program에 들어서길 권장하지 않는다.

- Scott Trager,
Associate Professor, Kapteyn Instituut, Rijksuniversiteit Groningen, NETHERLANDS

나루에게_
누군가 복도를 지나가는지,
바깥의 부시럭 거리는 소리에
나루가 가만히 앉아 현관문을 바라본다.

'나루야,
오늘은 아무도 오지 않을거야.
큰 누나는 평택엘 내려갔고,
둘째 누나는 오늘 결혼했거든'
5 slide ver.
교과서에 등장하는 사람을 실제로 눈 앞에서 본다는 것은 실로 흥분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멀게는 Joe Silk로부터, 가깝게는 Scott Trager에 이르기까지,

0



몇 안되는 경험이지만 그럴 때마다 느껴지던 그 생동감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지난 주, Scott Trager가 연구실에 초청되어 방한했다. Hubble Fellowship을 받았던 사람이었으니, 그 어떤 미사여구로 말하는 것보다 더 명료한 소개가 아닐까 한다. 해외 연구자들이 초청되어 올 때마다 갖는 one-day workshop. 그간 개인의 연구를 초청된 연구자를 모시고 약 20여분 내외로 presentation을 하고, 질의 응답과 함께 comments를 받는 시간. slide 35장 정도로 준비했었는데 workshop 당일 아침 Scott의 제안. 모든 사람의 presentation을 2~30분씩 갖는 동안 우리는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양념인지 잘 잊게 된다며, presentation material을 5 slide로 제한하자고 한다. 한 사람을 앞에 앉혀놓고 5~6사람이 2~30 slide씩 보여주면서 feedback을 갖고자했으니 무리였을 법이 당연했다. 그래서 만든 5 slide version.

표지도, summary도, future work도 없어서 휑하긴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01234


I like it.

prev | 1 2 3 4 5 6 7 8 9 | next
Hello, stranger
note List Tags Media Guest Admin
powered by TISTORY designed by KHISM modified by kaysoh RSS T Y T
open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