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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30 2011. 10. 30
2011.10.30 우연에 관하여 ㅡ
2011.10.29 다시 비가 내리네 ㅡ 2
2011.10.23 
2011.10.18 조금씩_ 6
2011.10.05 가을이 지나가네_ 4
2011.10.04 요즘_
2011.10.02 2nd Oct. 4
2011.10.01 몇 가지_ 3
2011.09.27 time for pleasure_ 1
2011. 10. 30


일요일 밤이 이렇게 지나네 ㅡ
우연에 관하여 ㅡ
#. 우연에 관하여

2002년 5월의 일이다.
당시 캠퍼스는 중간고사를 끝내고, 아니 이미 학생들의 기억 속에는 저만치 먼 옛 일이 되어버렸고
아침 저녁으로 차가운 바람이 불어제끼던 잔인하다는 그 4월의 기운도 모두 사라져버려,
연일 따스한 날들과 파란 티셔츠가 물결을 이루는 이른바 축제의 한 가운데에 있었다.
길고 긴 백양로엔 더이상 차들이 다닐 수 없게 되고
양 길가로는 천막이 세워졌다.
천막 뒷 켠에서는 과방과 강의실에서 가져온 테이블과 의자를 이용해
삼삼오오 학생들이 모여 맛보다는 의욕이 앞선 음식들을 만들어냈고,
천막 앞 켠에서는 축제를 즐기는 학우들을 상대로 이런 저런 게임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담배 위로 동전 올리기' 게임이었다.
저만치 약 3미터 앞의 땅바닥에 각종 담배를 새 것 그대로 펼쳐놓고
이만치 줄 그어놓은 곳에 서서 100원짜리 동전을 던져 담배 상자 위로 올려놓는 게 룰이었다.
담배 상자 위로 동전을 올려 단 돈 100원으로 2000원 가량 하는 담배 한 갑을 가져갈 수 있는 그런 게임.
우리들은 게임을 만들어놓고 오며 가는 학생들을 한 사람 두 사람 끌어모을 수 있었고,
제법 짭잘한 수입을 얻을 수 있었다.

그 때 우리 스스로도 어찌나 재미있게 게임을 했는지
나도 100원짜리 몇 개를 던져보았으며 ㅡ 비록 담배 한 갑 따 내지 못했지만 ㅡ
당시 그 상황을 담은 사진을 아직 내 컴퓨터의 '옛 사진' 폴더에 간직하고 있다.

그 때가 2002년 5월이었으니 근 10년이 흘렀다.
그런 것을, 2005년 9월 군에서 제대하여
다시금 서문 하숙촌에 정착하여 첫 학기를 다니던 무렵의 어느 저녁이었다.
여느 때처럼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저녁 식사 시간에 맞추어 하숙집에 내려와 저녁을 먹고,
3층, 내 방으로 올라와 잠시 컴퓨터를 켜고 소화를 시키며 '옛 사진'을 들춰보던 그 순간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왼 손을 곤색 면바지에 찔러넣고,
오른 손으로 100원짜리 동전을 든 채로,
저 멀리 담배 상자 위로 올릴 요량으로 잠깐 생각을 하던 그 한 장의 사진 속에,
작은 몸집의 내 뒤로 갈색으로 염색을 한 안경을 쓴 키가 큰 남자 아이가 '게임판'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를 알아본 그 순간이라니.

그는 우리 내무실,
통신병과 특기를 받고 전입 온
연세대학교 전자과에 다닌다는 나의 13개월 후임병이었다.

3년 전,
아직 우리의 얼굴에 앳된 티가 제법 묻어나던 사진 속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면서 '같이' 웃고 있었다.

다시 비가 내리네 ㅡ



#.
커다란 전면 미닫이 문을 열고 나서면 좁고 긴 베란다가 있다. 애초에 없던 곳을 증축한 것인지, 이상하게도 이 베란다의 천정은 윗 층과 맞닿아 있지 않고 곧장 하늘을 향해 있다. 콘크리트 재질도 아니어서, 마치 시골 양철 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는 기분이랄까. 덕분에 자그마한 빗소리도 크게 들리는 일종의 amplifier와도 같다고 생각하곤 했다.

태엽 감는 인형. 종을 알 수 없는 귀염지고 자그마한, 비뚤배뚤 엉기적 엉기적 그리고 느릿느릿 앞으로 나아가는 인형을 가져다 주었더니 나루가 그것을 갖고서 한참을 놀았다. 그러고는 낮잠을 안 잤는지, 너무 피곤했는지 금새 의자 위로 올라와 잠을 청한다.

트위터에 간혹 기분을 표하고, iMessage로 챗을 하면서, 맥주를 마셨다.

그리고 지금 다시 비가 내린다.
나는 왜 빗소리에 빠져들게 되었누.
가만히 앉아서 나를 바라보던 너를 꼬옥 끌어안았다.
너는 미동도 없다.
꿈벅꿈벅
나를 바라보던 너를 보고
왈칵 ㅡ

지금 듣고 있는 '그리움' 때문 만은 아니겠지.

옷을 챙겨입고 밖엘 좀 다녀와야겠다 ㅡ

이렇게 또 하루가 간다.

조금씩_



같이 사는 고양이의 이를 닦아줄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러니까
우선 치약의 맛부터 익힐 수 있게끔 하란다.
좋아할 수 있는 그런 향과 맛으로 포장되어 있는
치약을,
같이 사는 고양이가 좋아할 수 있게끔,
강제하지 말고,
조금씩 맛 보게 하란다.

그래서 거부감이 줄어들 즈음
칫솔로부터 직접 먹게 만들란다.
그렇게 또 반 걸음 나아가란다.

그렇게 같이 사는 고양이가 치약과 칫솔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 즈음,
입가 한 쪽을 슬쩍 잡아당겨 입을 벌리고 칫솔질을 해 주란다.
칫솔을 45도 각도로 부드럽게 해 주란다.


그렇게 조금씩 다가갈 일이다 ㅡ
가을이 지나가네_



#.

이런걸 두고 '나이 들었다'고 하는 걸까.


21살 때였다.

흑석동, 학교 앞 커피숍에서 홀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던 즈음.

후문이 정말 높은 언덕배기 위에 있었는데,

중문, 정문을 지나 Y로,

흑석 시장까지 한 걸음에 내달리던 때가 있었다.


근데,

이젠 그렇게 하고 싶지가 않아.


언젠가 '생각에의 강요'가 커다란 불쾌함으로 다가왔던 날이 있었지.

여느 때처럼 집으로 돌아가기 전 잠시 들른 그 곳,

맥주를 마시면서 건네 들었던 '강요'.


굳이 힘 빼고 싶지 않아.

이렇게 2011년이 간다.


요즘_
때때로 어떤 노래들은 '그 때 그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다.
예를 들면,
Travis의 곡들은 21살 겨울,
용돈 벌이를 위해 1-1번 버스를 타고 1시간을 이동하던 눈이 많이 내린 그 겨울을 생각나게 한다.

Queen의 그 곡,
B가 늘상 신청하던 그 곡은 눅눅하고 어두운 흑석동의 Ars longa,
Beatles와 Kurt Cobain, Jimi Hendrix가 붉은 벽돌 벽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던 곳,
Velvet underground의 노오란 바나나,
yellow submarine,
손에 잡힐 것만 같은 담배 연기들.
이제는 가볼 수 없는 그 곳을 생각나게 한다.

old boy의 그 곡은,
학생회관을 지나 이제 막 백양로를 건너,
구 중도 앞 잔디밭을 건너던 즈음을 생각나게 만들지.

"그거 부르지마"

일 년이고,
이 년이고 지났을 때
아니 좀 더 써볼까,
마흔에 다다랐을 때
우연히라도 이 포스트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

그 때 그 시 월은 어떠했다고 말하게 될까.



2nd Oct.




#.
기운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게 만드는 끔찍한 두통이 찾아왔다.
멍한 몸과 마음으로
국을 데워서 김치와 함께 한 그릇 들이키고 나서
죽은 듯이 잠을 청했다.
어둠이 가득할 즈음 일어났건만 아직도 뻐근해.
이렇게 일요일마저 지나간다.


#.
결혼식에서 8~9년 만에 만난 동기들은 이런 것들을 묻는다.
뭐하고 지내. (취직은 했냐, 했으면 어디라고 알아서 말해봐)
좋은 소식은 있고. (결혼 했나? 안했으면 사귀는 사람이 있는지 역시 알아서 말해봐)
계속 안 보이던데. (너 내 결혼식엔 안 왔지)


#.
인사(치레)를 극도로 싫어하는 나는
그래서 '잘라내기'를 잘 하는지도 모르겠다.

몇 가지_


시 월, 서울에서
구 월, Giverny의 사진을 보면서 몇 자 남긴다.


#.
10월 1일이라니. 이렇게 빨리 한 해가 다아 ㅡ 지나가버릴 줄, 누가 알았으랴.
랩탑의 왼켠, 빼곡히 들어찬 deck의 applications 사이로
자그마하게 그러나 당당하게 숫자 1이 들어차있다.
가을은 몇 가지 피곤한 열병들과 함께 찾아와
온 몸 구석 구석을 파고들었고,
남은 석 달 역시 순식간에 흘러가버릴까 자못 걱정스럽다.


#.
툭 탁탁ㅡ 툭 탁탁ㅡ 툭 탁탁ㅡ 툭 탁탁ㅡ


#.
잠깐 눕는다는게 정신을 차리고보니 밖이 어둡다.
창 밖은 온통 어둠.
그 사이,
중학교 1학년 때 그렸던 정대만의 '이죽거리는 얼굴'을 카카오톡 프로필로 저장해둔 것을 보고
Y가 왜 삐죽이냐며 메세지를 하나 보내왔다. 


#.
'여자는 홀로 우아하게 늙어가는게 가능해. 그러나 남자는 추해진단다'
그 분이 말씀하셨다.


#.
2롤+12롤의 현상할 필름들이 생겼다.
지난 8월, 학교와 나루와 선유도, 그 몇 곳을 담은 2롤과,
지난 9월, Preston과 Paris 그리고 Giverny를 담은 12롤.
말미엔 B의 결혼식도 담겨있지.
수요일엔 새벽같이 공항엘 가야하니 화요일 저녁까지는 꼭 맡겨야겠다.
궁금하다. 궁금해. 너무 궁금해. 한 여름의 뙤약볕. 비바람 불던 Preston. Paris


#.
'잘 알지도 못하면서'.

건네는 인사(치레).
(눈)웃음.
(가벼운) 손가락들.

지겹다.
time for pleasure_

google image


2003년 파주시 적성면 적암리에서 받아본 편지에는 사진이 몇 장 들어있었다.
그 사진들에선 묘하게도 '향기'가 났었는데.
오전,
연구실엘 찾아온 후배의 여자친구 덕분에, 그 향이 되살아났다.

time for pleasure,
웃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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