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mporary글 97건
2011.09.25 "나의 짧은 파리견문록" 5
2011.08.28 '클림트'씨
2011.08.24 we may never meet again_ 5
2011.08.23 생각에의 강요_ 4
2011.08.20 근황_ 3
2011.08.20 솔직하게 ㅡ
2011.08.17 진심으로,
2011.08.16 2년 전 2
2011.08.09 몇가지.
2011.08.07 IAU SYMPOSIUM 284:
"나의 짧은 파리견문록"



디저트의 도시. 모든게 느려. 식사 한 번 하려면 최소 2시간. 뭉게 구름과 파란 하늘의 9월. 보이는 모든 벽엔 알 수 없는 낙서가. 말, 말, 말들이 넘쳐나는 곳. 이렇게도 사람들은 산다. 이 비옥하고 드넓은 평지, 이 축복받은 땅에 있어서 가장 커다란 문제점은 바로 프랑스인이 너무 많다는 것. 그들은 영국인과 왜 이렇게도 다를까. 대륙인의 마인드. 내가 우선. 거리 곳곳엔 쓰레기가. 심지어 볼일보는 남(여)자도 있어. 궁금해. 어떻게 이런 나라가 인공위성을 쏘아올리고,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가 되었을까. 수학과 물리를 정말 잘해. 근본적인 것에 대한 탄탄함. 에둘러 돌아가거나 회피하지 않는 진실함. 믿기 어려울만큼 아름다운 건물들. 그 디테일에 또 한 번 놀라. 그리고 영어를 정말 못하지. 담배도 정말 많이 피우고 말야.

더 늦어 잊어버리기 전에 몇 가지라도 적어두고 싶었어. 지난 열 이틀의 파리 방문기.
"나의 짧은 파리견문록"
'클림트'씨



'클림트'씨를 그렇게 조리있고 명료하게,
그리고 차분하게 말할 수 있게 된 나를 발견한 것은
정말로 큰 수확이야.
나도 놀랬어.

이 말을 꼭 적어두고 싶었어.

이럴 땐 사진 한 장 정도 blurry하게 걸어두고 싶은데,
어쩌나 ㅡ
이젠 일말의 흔적도 남아있지 않아.

2011. 8. 28 새벽.
we may never meet again_


"we may never meet again"

#.
마지막으로 남겨져있던 몇 가지 유산과도 같은 것들을 떠나보냈는데도, 여전히 그 그림자가 드리워져있음에 나는 다시금 불안해진다. 별 것 아니었다고 제 중량을 객관적으로 가늠해보지만,  그게 그리 녹녹치가 않다.


#.
어젯밤 우연히 방문하게 된 홍대의 금속공예실기실. 사각의 큐비클에서 생활하다가 그렇게 너른 장소의 복잡하게 장비들이 널려있는 공간에 들어서니 적잖이 적응이 힘들었다.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선반 기기들. 드릴. 자재. 가공하면서 떨어져나온 파편들. 책상 위에는 부속을 뜯어낸 카메라들이 어지럽게 놓여있었다. 꼼꼼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재료를 가공하는 그 손을 보면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번지르르한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 속 깊이 간직한 의지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생각에의 강요_



#.
어느 날인가 여느 때처럼 맥주를 마시러 갔을 때였다. 바에 앉아서 몇 곡 들으며 카프리를 홀짝거리고 있는데, '그'가 물었다. 집창촌의 여성들의 노동을 과연 노동으로 인정해야 하느냐고. 그는 그녀들의 노동을 노동으로 받아들여야 하며, 따라서 법적으로 불허하고 있는 성매매를 허락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가보다 했지만, 내게 의견을 물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자신의 생각에 동조해 줄 것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통에 심기가 불편했다.

제발 내게, 너의 생각을 강요하지 마세요.


#.
니체가 말했다.
"Is man merely a mistake of God's? Or God merely a mistake of man?"

서대문구 창천동,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그 즈음에는 이상하리만치 커다란 건물이 세 채 있다. 하나는 그리스도를 모신다는 교회요, 다른 하나는 석가모니를 모신다는 절이요, 마지막 하나는 그 누구를 모시는지 의아한 '교회 비스무리한 것'이다. 이 세 채의 건물이 얼마나 거대한 지는 직접 본 사람만이 그 위용을 알 수 있을 듯 하다.

일요일만 되면 교회 앞은 차들이 가득 들어서서 주차장을 넘어, 인도에까지 주욱 ㅡ 늘어선다. 시간이 조금 지나 오후, 교회 앞은 예쁘게 차려입은 청년들과 아가씨들로 붐비고, 늦은 밤이 되어 사람들이 떠난 후로는 '교회 주차장'의 영역 표시가 확고해진다.

절은 또 어떠하랴. 창천동으로 이사 온 지 두 해가 꽉 채워지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건물 증축 공사가 끝나지 않았다. 도심 한복판에 세워질 이 거대한 신전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교회와 그 높이 경쟁을 하려고 하는 건 아닐까.

무엇을, 누구를 섬기는지 대상이 대단히 모호한 '교회 비스무리한' 그 곳은 약간 소름이 끼쳐질 정도인데, 멀리서도 훤히 보이는, 마치 42.195 km를 완주한 마라토너가 마침내 결승선에 도달하는 것과 같은 사람 형상의 부조물이 높은 첨탑의 끝에 매달려있고, 밤이면 그 정점을 향해 노오란 등으로 채색을 한다. 정문은 또 어떠한가. 그 곳이 '신전'인 줄 몰랐던 때에는 전직 대통령이 살고 있는게 아닐까, 통장에 29만원 밖에 없어서 연희동에서 이 곳 창천동으로 이사 온 그 분의 거처는 아닐까 했었다.
근황_


#.
플라스틱 통에 방습제를 하나 넣어두고는 나름 제습함으로 사용하고 있다. 연구실 내 자리 곁엔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의 수증기를 방출하는 라디에이터가 있는데, 수증기의 양을 조절하는 레버가 고장나버려 도저히 그 양을 조절할 수 없는 상태로 있다. 그리하여, 장마 훨씬 이전부터 책상 뒷켠에 자리잡은 카메라들을 방습제와 함께 보관하고 있던 터였다. 그간 편하다는 이유로 minolta만을 써 오다가, 근 일년 가까이 제습함에서 잠자고 있던 bessa를 꺼내어 셔터를 날려주기로 한 것이 지난 주였다. 틈새 틈새에 조금씩 끼어있던 먼지를 없애주고, 연구실이며 집, 그리고 지난주말엔 선유도엘 가서 한 롤을 담았다. 그리고 마지막 컷이라 생각되는 즈음에 이르러서는 늘상 들르는 스타벅스 이 자리에 앉아서 37 혹은 38번째 셔터를 날렸다. 그러나, 한 방 두 방 와인더가 계속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이상하다 싶었다. 허벅지에 렌즈를 밀착시키고 10여방 가까이 셔터를 날렸다. 100퍼센트다. 제습함에서 꺼냈을 때, 바디엔 필름이 없었던 것이다. 바디 케이스를 벗겨만 보았어도 필름실에 필름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을텐데. 나는 왜 당연스럽게도 필름을 넣어둔 채로 제습함에서 보관하고 있다고 생각했을까. :(


#.
플래쉬 플레이어. flash player. 연구실 서버에 mp3 파일을 올려두고 tistory에서 재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그러나 문제는 해당 flash player가 MS explorer에서만 구동된다는 사실. :( firefox는 물론이고 safari는 당연히(?) 실패. 심난해졌다. 애초에 이 블로그 문을 연 건 음악을 공유하고 싶었던 마음에서였는데.


#.
나루가 또 magsafe를 깨물었다. 신촌 a#에서 95,000원을 주고 새로 산 magsafe. 3주가 채 안된 것 같은데. 어젯밤 혼절하였다가 정신을 차린 것이 새벽 4시. 나루는 책상 위에서 자고 있었다. 랩탑을 정리하려고 magsafe의 선을 감는데.... 아뿔싸. 이빨로 씹어놓은 자국이 선명. 내부의 금속 전선이 드러났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번보다는 다소 약하게 물었다는 점. penpia에서 fabric tape을 사서 감아두고는 이 곳 스타벅스에서 충전을 시도한다. 다행히 충전은 되고 있는데.... 아무래도 집에 돌아가서 검은색 절연 tape으로 한 번 더 손을 보고, 그 위에 fabric tape으로 다시 한 번 더 감아두어야겠다. 3주 만에 95,000원을 또 지출할 수는 없다. 나루야. 아빠도 힘들단다. 나루야 ㅡ


#.
스타벅스에 오래 앉아있다보면, 늘상 이어폰을 꽂고 있어도 그 틈새 틈새로 들려오는 이야기들이 있다. 오늘의 이야기는 여자들 넷의 제주도 여행 계획기. 우도와 렌트와 올레길 이야기가 간간히 들려오더니 소개팅 이야기가 나왔다. '이 년이 지난번에 나한테 넘겨준 소개팅 있잖아~'. '그 때 그 남자 키가...' '깔깔깔'.
그렇구나. 그래. 그렇구나.


#.
그젯밤엔 집에서 맥주를 마실까 하여,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동네 슈퍼에서 카프리 세 병과 쥐포를 하나 샀다. 12시 반이 조금 넘었을까. 비닐 봉지에 담아 슈퍼 문을 나서는데 연구실 후배로부터 문자가 온다. '헤이형 모해여~' 인근 고깃집에서 이제 막 고기를 올렸단다. 그렇게 술을 조금 과하게 마신 목요일 밤. 어제는 'B'의 결혼을 축하하며 조촐히 한 잔. 정말 오랜만에 뵌 K 선배께서 맥주에 소주를 말아주셔서... 의도치 아니하게 과음을 한 금요일 밤. 오늘, 이렇게 토요일 밤이 되니 글쎄, 뭐랄까, 느즈막히 시작한 토요일. 뭐랄까...


#.
날이 점점 차진다. 참말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곧 군청색 블레이저를 꺼내는 날이 오겠지. 좋아하는 긴 팔 셔츠도. 손꼽아 기다린다. 레이첼의 목소리는 더욱 달콤해지겠지. 백 번도 아니 천 번도 더 들었지만 여전히 감미롭겠지. 어서 오려무나. 
솔직하게 ㅡ


#.
가을 학회에서 포스터 발표를 하기로 했다. 지난 봄 학회에 참석하지 않았던 것은 progress를 만들어 가을 학회에서 구두 발표하기 위함이었는데, 그 다짐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다. web-site를 어서 정비해서 그럴듯한 포스터를 만들어야지. 이 가을, 제주는 어떤 모습일까.


#.iTunes를 통해 음악을 재생할 때 dock의 iTunes icon이 현재 재생하고 있는 음악의 앨범 아트로 대체되는 free software를 발견했다. 본 포스팅의 첨부파일을 Library - iTunes - iTunes Plug-ins에 넣어두고 iTunes를 재실행하면 끝! (http://homepage.mac.com/gweston/dockart/index.html) 다만 단점은 평상시 유지하는 dock의 크기가 제법 작을 경우엔 앨범아트가 너무 작게 보일지도! iMac에선 충분히 큰 앨범 아트로 보이는데 air에선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은 듯!




#.
'B'가 곧 결혼한다.
우리들 처음 만난게 엊그제 같은데, 그 치기어린 시절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벌써 우리는 가정을 꾸릴 나이가, 그런 우리들이 되었구나. 학회 준비로 바쁠 때지만, 꼭 갈게. 축하해야지.
브라보, 유어 라이프.


#.
Black star,
I get home from work and you're still standing in your dressing gown
Well what am I to do?
I know all the things around your head and what they do to you
What are we coming to?
What are we gonna do?

Blame it on the black star
Blame it on the falling sky
Blame it on the satellite that beams me home

The troubled words of a troubled mind I try to understand what is eating you
I try to stay awake but its 58 hours since that I last slept with you
What are we coming to?
I just don't know anymore

Blame it on the black star
Blame it on the falling sky
Blame it on the satellite that beams me home

I get on the train and I just stand about now that I don't think of you
I keep falling over I keep passing out when I see a face like you
What am I coming to?
I'm gonna melt down

Blame it on the black star
Blame it on the falling sky
Blame it on the satellite that beams me home
This is killing me
This is killing me

진심으로,
"넌 결코 천국에 갈 수 없을거야"
2년 전
2년 전의 일이다.
연구 목적으로 M을 방문하기 위해 외국엘 나가게 되었을 때였다. 처음 가보는 곳이었지만 M이 그 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마침 우연히도 그 곳으로 수학하러 가게 된 친구가 있었다. 그러니까, 우연히도 우리는 동행하게 된 셈이다. 그 친구는 한국을 떠나기 삼 개월 전에 나도 익히 알고 있는 후배와 결혼을 했다. 나보다 어린 이 친구, 그리고 이 친구보다 더 어린 후배. 이렇게 어린 부부는 타국에서 공부하기 위해 먼 곳으로 떠나게 되었고, 나는 5주에 이르는 짧은 일정으로 같이 가게 되었다.

그다지 사교적이지 않은 이 친구는 학부제로 대학을 들어가 1년의 공부 후 전공을 배정받게 된 2학년 무렵, 그 즈음부터 알고 지내게 된 친구로서 같은 학과의 같은 전공을 가진 그야말로 학과의, 학계의 동지인 셈이었다. 게다가 옛 것으로 치자면 소위 '같은 동리의 같은 서당, 게다가 같은 방'에서 배우고 익힘을 갈고 닦은 사이로 그다지 사교적이지 않은 나에게도 일신을 터놓고 이야기하던 몇 안되던 친구였다.

여하튼, 갓 결혼한 젊은 부부와 함께 잠시나마 같은 이국 하늘 아래에서 머물렀던 때의 일이다.

이 친구는 평소에도 '앓는 소리'를 자주 하곤 했는데, 나는 늘 그런 면을 마음 한 켠에 묻어두고 있었다. 외국에서 수학하기 위해 전화 인터뷰를 보고 난 후 '떨어질 것 같다'며 근심 가득찬 얼굴로 위로를 바라던 모습. 그러니까 전형적인 전교 1등이 '1문제 틀렸어. 죽어버릴 것 같아' 라는 표정이랄까. 본인은 얼마나 근심에 휩싸였을꼬. 필요 이상의 근심을 온 피부에 새겨놓고서 '난 이렇게 힘드니까 너희들이 좀 봐줘야 하지 않겠어?' 그렇게 본인의 이득을 챙겨가던 모습을 종종 보아왔던 터라, '본인은 얼마나 근심에 휩싸였을꼬'. 그렇게 생각해 줄 인심을 이미 잃어버린지 오래였다. '힘들게 살아온 과거'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렇다고하여 그것이 면죄부는 될 수 없다. 

이 친구의 금전에 관한 욕심 ㅡ 그것은 욕심이다 ㅡ , 욕심은 학과에서 가장 많은 액수의 장학금을 받고서 '혼자서라면야 넘치게 살겠지만 우리 둘이 살기엔 너무 힘들다'고 죽는 소리를 나즈막한 목소리로 하던 모습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하냐 ㅡ 그럴 수도 있겠네 ㅡ 라고 동조해 주었지만 나는 진심으로,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았다. 설령 산술적 계산으로 '적자'를 면하기 어려울지언정 결혼과 유학은 대체 누구의 선택이었단 말인가. 나는 어쨌든 이리 되었다네. 그러니 자네, 지금 나를 도와주지 않겠나.

막 도착하여 그 곳의 물정을 살피던 첫 주였다. 그들의 거처는 우리들 공동의 일터 ㅡ 일터라고 부르자 ㅡ 를 사이에 두고 나의 거처와 정확히 대척점에 있었다. 편도 걸어서 30여분. 느리게 걷기로 작정하면 산책하는 기분으로 다녀갈 수 있는 거리이고, 바쁜 와중 힘겹다고 생각하면 또 그럴 수 있는 거리였다. 그 곳의 많은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고 다녔는데 그도 그럴것이 우리나라처럼 대중교통이 곳곳, 구석구석까지 발달한 곳이 아니었고 물가가 꽤 비쌌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몇 년을 그 곳에서 살아야하는 그들네로서는 다른 사람들처럼 자전거가 있으면 굉장히 편리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었다. 바로 그 때, 그가 했던 말을 잊을 수 없다. 7년간 알고 지낸 사람과 사람 사이를 단박에 박살내버린 그것은 바로 자전거를 사는게 어떻겠냐는 권유였다. 맙소사. 네가 지금 내게 자전거를 사라고 할 줄이야. 5주를 머물고 되돌아가는 사람에게 자전거를 사라니. 이 a형 전교1등은 내게 '자전거를 사서 5주 동안 쓰고 나를 주고 가는게 어때'를 말할 수 없어, '한 대 사~' 라고 권유하고 있는 터였다.

다음달 나와 학회를 동행하는 후배가 학회 후 이 친구가 있는 2년 전 그 곳을 2주간 방문하게 된다. 이 친구는 다음달 그 곳을 방문할 후배에게 본인의 집에서 머무를 것을 끊임없이 권유하고 있다. 방이 하나 더 있는 것도 아니면서, 내어줄 것이라고는 couch 하나가 전부인 집에 머물 것을 권유하면서 동시에 office의 fund 상황은 어떠한지를 묻는다.

그래도 너는 공부를 잘해서 남들보다 더욱 많이 아는 놈이 아니더냐 ㅡ


몇가지.

Caffe Caffe 2011

#.
중사양종복. 그래, 그 분은 잘 있나 모르겠다.
십 이월, 절기 상으로 아직 한 겨울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그런 이른 달이었으나, 전곡 땅은 서울의 겨울과는 사뭇 다른 그런 추위를 갖고 있었다. 나는 이등병이었고, 그 즈음은 부대에 사건 사고가 참 많았던 그런 연말이었다. 분위기를 쇄신하겠다고 (그 분 표현을 빌리자면 '대가리에 똥만 가득 들어찬 새끼들, 정신 차리라'고) 중사양종복, 우리의 행보관님이 영하 18도의 날씨, 22시 정각에 막사 앞으로 전 포대원에게 완전 군장 집합을 지시했다. 막사 앞, 절그럭 거리는 총기 소리만이 간간히 고요한 적막을 깨는 그런 시.공간. 암흑 속에서 모든 대답은 '네!' 가 아닌 화이바를 두 번 두드리는 것으로 대체한다. '이 개같은 새끼들 대가리에 똥만 가득 들어찬 좆같은 새끼들아. 똑바로 안해?" "앞으로 잘 할거야?" 화이바 두드리는 소리가 막사 앞을 울린다. 오 열 종대. 오리 걸음으로 탄약고 까지 왕복. 총기는 머리 위로 든다. 등짝에 짊어진 더블백 때문에 뒤로 고꾸라지기 쉽상. 쪼그려 걷는 길, 줄도 맞추란다. 당시 탄약고 근무자 두 명은 - 나현석 상병, 정혜원 일병, 늬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 - 그 추위에 탄약고에서 전 포대원이 완전 군장에 줄까지 맞춰가며 오리 걸음으로 올라오는 걸 보고 얼마나 가슴을 쓸어내렸을까. 나중 일이지만 고참들은 그 두 사람에게 '껀졌다'며 시기했다. 어찌 어찌 구만리같은 탄약고 까지 도착했다. 이러다 죽는게 아닌가 하는 그 느낌이란. 이 극한의 순간에 우리 행보관님은 역사에 길이 남을 유연함을 발휘해주신다. '5분간 휴식'. 그래, 이렇게 얼차려 받다가 누구 하나 고꾸라져버리는 것보단 낫다 이거지. 독한 새끼.
쉽지 않은 겨울이었다.
이것 말고도 또 다른 게 몇 개 더 있는데...

유투브에 올려진, 개그콘서트의 '뮤지컬' 동영상 보다 보니 문득 옛날 생각나서 몇 자 적었다.


#.
IAU SYMPOSIUM에 참석하게 되었다. #284. 주제는 Spectral Energy Distribution. 구두 신청을 했는데 '덜컥' 당첨되어버렸다. 일생에 몇 번 오지 않을 기회라고도 한다. AAS 와는 또 다른 이야기라면서... 제작년 Oxford에 갔을 때 Manchester에 가보질 못해서 아쉬웠는데, 이렇게 가보게 되는구나. 인천-Manchester-Preston-Manchester-Paris-인천. 가장 좋아하는 진남색 블레이저를 가져가야지. 아직 날이 서 있는 면바지와, 진고동색 마틴, 그리고 연하늘빛 셔츠. 구 월의 Preston은 어떤 곳이려나 ㅡ


#.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네이버와 구글을 뒤져가며 노가다 식으로 진행했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랴. file copy를 마치고, quality-assessment를 진행하고, binary fits file을 만들면 일단락. 늘 5%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건 뭐지. 밖에서 나를 보기엔 20% 부족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
내일은 꼭 충무로에 가야지. 필름 네 롤을 맡기고 와야지. 그러면 오후 나절엔 컬러 네거티브를 받아볼 수 있을 테고, 내일 즈음이면 흑백도 받아볼 수 있겠지.


#.
지난해 봄, 오피스에서 Nell을 듣는걸 보고 잠시 귀국한 형이 웃으며 그랬다. '너 요새, 힘들구나'. 왜 그게 갑자기 생각나누.


#.
Dupont circle. 영화를 보는데, 저 이름이 나오는거야. '어? 나 저기 알아. 아니, 안다기보다 가본 것 같아'. 알고보니 지난해 1월에 갔었던 DC였을 줄이야. 기억이라는 것이 0과 1처럼 단순한게 아니라서, 어스름한 안개에 뒤덮인 형체가 불분명한 그 무엇처럼 남아있는게 있다. 그렇게 슬그머니 사라져버리면 좋을 것을, 갑자기 툭! 하고 튀어나와 '나 불렀소 ㅡ' 해버리면, 나는 당황스러워진다. 한 발자욱도 움직일 수 없다.




#.
낮에 커피를 두 잔, 그것도 샷 추가해서 진득하게 마셔서 그런가. 왜 이렇게 잠은 오지 않을꼬.


:(
IAU SYMPOSIUM 284:



셋째날,
Session 2:
Understanding Emergent SEDs of Local Universe Galaxies (continued)
12.50 - 13.10 CT Kyuseok Oh



prev | 1 2 3 4 5 6 7 ··· 10 | next
Hello, stranger
note List Tags Media Guest Admin
powered by TISTORY designed by KHISM modified by kaysoh RSS T Y T
open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