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는_ |
커피를 마시려 했으나 어찌 저찌 하여 스벅을 지나쳐,
그대로 연구실로 돌아와,
마지막 한 번 분쇄하면 딱 좋을 만큼의 콩들을 그대로 냉장고에 버려두고는
우유만 홀짝, 마시다가
사놓은 지 며칠 되어가는 우유 식빵을,
두 개째 먹고 있다.
목넘김이 좋지 않은 식빵은 반대라면서,
학부 1학년 때,
중앙 도서관에서 밤샘 공부를 하면서 동기 둘과 함께 먹었던 쉐라톤 워커힐 표 식빵이 생각나네.
목구멍 속에서 뚝. 뚝. 끊키는 식빵 맛이 어떤 것인지
함께 체험해마지 않았던
J군과 L군은 잘 살고 있는지...
무언가 먹는 것이 하나의 '일'이 되어가고 있는 요즈음,
더이상 당연한 것이 아닌,
신경써야 할 일이라고 생각이 든다.
하아...
비가 다시금 며칠 씩 내려버리면,
십자가 콕, 찍으면서 기다렸던
'그 집'이 생각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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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7. 18. 22:47 Trackback Commen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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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사이_ |
살아가면서 부대끼면서 살아오면서 갖게 되는 명확한 느낌 몇 가지가 있다.
그것은 대체로 '애매모호함'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다.
이 불확실한 우주 속에서 갖게 되는 '명확함'.
그것은 아무 것도 확신할 수 없는 이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 갖게 되는 아이러니같은 명료함이다.
슬픈 것은,
그러한 확신이 항상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 나타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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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7. 14. 22:04 Trackback Commen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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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th June |
#1.
Marc과 Kevin이 Paris 그리고 New Haven으로 돌아갔다. 지난 2주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바삐 살았던 것 같다.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었습니까, 라고 묻는다면 자신있게 '예' 라고 말할 수 있을까. 조금 작은 목소리로 '어느 정도는' 이라고 짧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늘상, 펜슬로 써내려가는 계획은 현실보다 '짧다'. that's life. 라고 말하고는 있지만, 그래, 그러기엔 '조금은' 비참한 현실이다. life is miserable.
#2.
오후 세 시가 조금 넘은 무렵, Marc과 Kevin과 함께 즐기던 에스프레소 마키아또를 한 잔 마시고는, '밤의 거미원숭이'의 뒷 페이지를 모두 읽어내려갔다. 안자이 미즈마루의 그림은 여전히 그대로였으나 하루키의 펜 끝은 너무 가벼웠다. 맨 뒷 페이지의 '후기'를 읽고서야 어느 정도는 수긍이 갔다. 그러나 이러한 기획과 결과물은, 하루키라는 필력이 갖는 맥주 위의 거품과도 같은게 아닌가 한다. Kevin이 말했다. 술 잔을 기울이라고. 그리고 천천히 벽에 바짝 붙이라고. 한 번에 모두 따라내어버릴 필요는 없다고. 그의 Leffe Brune은 투명했다.
#3.
the smashing pumpkins의 곡, 두 곡을 다시 듣고 있다. Billy의 목소리는 '파격'과 '조화'를 생각케 만든다. 과하지 말 것. 혁신적이되 유기적일 것. 오늘도 뒷 이야기에만 골몰하는 어설픈 개똥이.
#4.
그간 바빴던 탓에, (라고 변명을 둘러대기로 하자) 한 동안 손에서 놓았던 bessa r2를 다시금 집어들었다. 그 보랏빛과도 같은 영롱한 구슬 속을 바라보고 있자니 날카롭게 날이 선 조리개의 날들이 더욱 꼼꼼하게 이를 앙다물고 있는 듯 하다. 15방 가량이 남았다. 오랜만에 집어들었지만 남은 필름은 여전히 어떻게 사용해야 할 지 감이 안 잡힌다. Marc과 Kevin은 돌아갔지만 남겨진 일들이 부담스럽다. 충무로, 그리고 시청 역엔 언제 다시금 갈 수 있을까.
#5.
오늘 저녁은 하늘이 참 이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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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6. 27. 00:10 Trackback Commen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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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rd June, |
에메랄드 빛 투명한 녹색과도 같았던 하늘이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짙고 푸른 검정에 가깝게 바뀔 때까지,
우리는 그 곳에 머물렀다. 얼마간의 음식을 나누었고, 커피까지 한 잔 마신 즈음에는 자못 쌀쌀한 바람이 머리 위로, 그리고 내놓은 팔을 휘감았다. 그 바깥 자리에 줄곧 앉아서 오며가는 사람들을 곁 눈으로 바라보면서, 요 근래에 특히나 요 근래의 내게 필요한 그것이 무엇인지 조금 더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언젠가 다시, 에메랄드 빛 투명한 녹색과도 같았던 하늘이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짙고 푸른 검정으로 바뀌는 것을 올려다보던 오늘을 다시금 들추어 내는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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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6. 23. 21:44 Trackback Commen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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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세상 |
창문을 꼬옥 - 닫고 살다보니 블라인드 너머, 드넓지만 공허한 바깥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고 지냈다. 이리저리 보이지 않는 바람이 살갑게 불고 때로는 비도 내리는 세상, 아스팔트를 적시는 풀내음, 경적소리, 사람들 소리.
그래, 칠 월의 어느 날엔가에는 꼬옥 - 바깥 세상엘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하고 마는 그런 요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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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6. 15. 15:59 Trackback Commen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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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_ |
그래, 이것 까지만 하자_ 라고 마음먹었던 그림을 방금 그렸다. 네모 상자 안에 이런 저런 색을 입혀서, 보고 싶었던 점 들을 찍었고, 1:1 fiducial line까지 그려넣었다. 생각은 내일 하기로 하자. 의미는 지금 생각지 말자. 자못 건강치 아니한 머리를 굴리자니 곤욕스럽다. 깊은 의미는, 날 밝은 내일 생각해보기로 하자.
엊그제 Kevin, Marc 그리고 선생님 내외분과 찾아간 princeton square. 그 곳에서 Norah Jones를 들었다. 2년 전 들었던 그 목소리가, princeton square의 구석 어딘가에 달린 스피커를 통해, 내게 전해졌다. 금요일, 이루 말할 수 없었던 절망감이 과했나, 속이 체해버려 점심을 굶었던 그 날. 유자차를 한 잔 주문하고는 어른들을 곁에 모시고, 나는 딴 생각에 흠뻑 빠져든다. 지나간 일들을 떠올리고, 부질없는 '만약'을 가정하며, 알 수 없는 내일을 꿈꾸었다. 그래, 꿈이란 무릇 판타지가 아니던가. 피부에 와 닿지 아니하기로 우리는 그것을 꿈이라 부르지 아니하던가. 그래, 꿈. 꿈.
몇 번이나 돌았는지 모르는 플레이리스트에서는 Norah Jones를 지나 Rachael Yamagata를 뒤로 하고 이제 이소라로 접어든다. Elliott Smith는 왜 먼저 떠나야만 했을까. 그녀가 여기 이 곳에서 울부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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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6. 15. 04:03 Trackback Commen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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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t do this_ |
비가 좀처럼 그칠 줄을 모르고 이틀을 내리 적시고 있다. 이즈음의 나는, 파리에서 날아온 Marc과 '일'을 하느라 정신이 없고, 그 와중에 몇 몇 마음에 담고 있던 것들 때문에 더욱 혼란스럽다. 오늘은 그토록 기다려온 '경기'가 있음에도 나는 왜 이다지도 축, 가라앉는 것일까. 그것은 필경 이틀을 내리, 끊임없이 내리고 있는 비 때문은 아닐 것이다. 어젯 밤 11시 즈음 일어난 알 수 없는 오류. 그래서 오늘 일찍부터 씨름하면서 고쳐놓은 오류. 때문도 아닐 것이다. 나는 왜 이다지도 축, 쳐진 것일까.
슬픈 예감은 언제나 빗겨가는 법이 없다던, 죽은이의 한 마디가 비 내리는 토요일, 연구실을 가득 메웠다.
그래, 그만 두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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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6. 12. 14:00 Trackback Commen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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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_ |
그런 노래들은 듣지 말기로 하자.
스스로를 옭아매는 그런 노래들은 이제 듣지 말기로 하자.
이렇게 몇 글자 끄적여놓고도
언젠가 어느 밤엔가에는 다시 끄집어내려 하겠지.
그래도 적어도 지금 만이라도
그런 노래들은 듣지 말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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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6. 9. 01:55 Trackback Commen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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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e_ |
한 분야에서 '대가'라는 칭호를 듣는 사람들이 있다.
천문학 분야에서 그러한 반열에 오른 분을 몇 분 뵐 기회가 생겼다.
그것도 점심 식사 자리라는, 대단히 사적인 자리에서.
백발이 성성한 파파 할아버지가 있다.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일흔.
그러나 아직까지 학교에서 연구를 하고,
논문을 쓰고,
영국으로부터 이 먼 길, 한국까지 날아와 학회에 참석을 한다.
학회장 주변의 동네 밥집에서 냉면을 주문해먹고,
인사동에 대해 관심갖으며,
학회 중에는 날카로운 질문과 코멘트를 남긴다.
겉표지가 알아볼 수 없을만큼 너덜너덜해진 노트에 필기를 하면서 동시에
얼마 전 새로이 출시된 13인치 맥북 프로를 쓴다.
그는 옥스포드 대학 천문학과의 명예교수 Joseph Silk.
우리는 그를 '조'라고 부른다.
과학자가 나이를 먹어가는 방식이,
서양과 우리 나라는 참으로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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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6. 7. 12:23 Trackback Commen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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