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그 땐 머리에 눈이 한 네 개 쯤은 달렸었던 것 같다.
귀는 세 개 쯤.
항상 형광등은 어딘지 모르게 절반 즈음 포톤을 어디론가 다른 곳에 빼앗긴 듯한 표정이었다. 이유가 무엇이었든, 결과적으로 히마리가 없는 특유의 비실비실함. 애초에 탁한 회색빛을 발하고 있는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의 불빛이 차디찬 복도 위로, 누래진 벽 위로 내려앉아 있었다.
철저한 우측 통행.
철풍!
철 풍!
절봉.
쩔! 풍!
로보트마냥 쏟아내는 무의미한 음성들이 가득 떠다니던 그 복도가 생각났다. 여름이면 스포이트로 순수의 연녹색을 뽑아 입혀놓은 듯, 엄지 손톱보다도 작은 개구리들이 덕지덕지 복도와, 벽, 그리고 화장실에 한가득 기어올라 그 가느다란 목줄에서 샛 숨을 쉬어대던 그 곳. 기름약을 잔뜩 그러나 정성스레 먹여 실밥 사이 사이 어느 한 곳도 놓칠새라 구석 구석. 꽉 조인 전투화 끈과 허리와 어깨를 감아매는 탄띠의 조임새가 좋았던 불침번 근무. 습습한 기운이 가득찬 막사 내엔 전에 본 적 없는 그 연녹색 작은 생명체가 한가득이었었지.
그 복도를 거닐 땐 항상 눈이 네 개 쯤, 귀는 세 개 쯤.
그러면서도 머릿 속으론 온통 서울을, 신촌을, 평택을 생각했었다.
Arthur Beiser의 modern physics 6th edition과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 개론과
미쳐버릴 것만 같던 Kreysig engineering mathematics,
간간히 편지를 보내주는 고마운 친구들,
수화기 너머에서 미처 눈물을 숨기지 못하셨던 어머니.
2012. 사 월의 밤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