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mporary글 97건
2012.03.08 겨울 끝자락에 1
2011.12.25  1
2011.12.19 하루란 ㅡ 2
2011.12.10 _
2011.12.06 you can't
2011.11.30 30th Nov. 2011 1
2011.11.18 _근황, 1
2011.11.08 23:31_ 2
2011.11.05 다시금 ㅡ 8
2011.11.01 지금은 없는 '그들'을 위하여 ㅡ 2
겨울 끝자락에

01


눈이 몰아치던 날,
연구실에서 ㅡ
#.
Damian Lewis는 전생에 군인이었을까.
리처드 윈터스 소령 이후로 처음 그의 작품을 보고 있다. 그 오랜 부재가 전혀 어색하지 않을만큼,
이제는 70여년을 훌쩍 건너뛰어
us marine의 sergent. nick brody가 되어 돌아왔다.
브라보,
그대의 경례에 ㅡ


#.
무슨 일이든지,
처음이라는게 있는 법이다, 라고 했다.
그래, 무슨 일이든지 처음 그 시작이라는게 있는 법이지.
그럼, 이 삶에 그 시작이 있었듯이
그 끝도 있을테지.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죽음은 삶의 대극이 아니라 그 일부, 라고 했다.


#.
고양이는 사람과 달라서
절대 친구를 배신하지 않아. 개들도 마찮가지지.

사람들은 종종,
시간이 지났다고,
환경이 변했다고,
좀 더 나은 지위에 올랐다고,
나이가 들어차 이제는 결혼을 생각할 때가 되었다고,
그런 이유로 배신하곤 하지.

고양이들은 그렇지 않지만.


#.
waltz #2.
형, 어제는 형의 생일이었지만 나는 손가락을 뻗어 그 흔하다는 텍스트 메세지 하나 보내지 못했어요.
2011년은 힘든 해였을테지요. 내가 이런 말 안해도...
형, 곧 네 시가 되어가는 시각, 이어폰 안에서는 엘리엇 스미스가 왈쯔 넘버 투를 부르고 있어요.
늘상 추웠어요. 엘리엇 스미스를 들으러 가던 날들은.
옷깃 사이 들어차던 흑석동의 찬바람을
지금도 잊을 수 없어요. 2003년 12월,
전곡의 밤도 그러했는데.
형, 언제나 형을 응원해요. 약해지지 말아요.
형.


#.
you sucks
하루란 ㅡ

오후 세 시. 메일이 한 통 왔다.
Who wants coffee except John Doe?
I am about to make coffee.
아무도 없는 오피스에서 늦은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고 있던 터라
언제 끝나게 될 지 모를 그 티타임엔 참석하지 않았다.

오후 여섯 시 반. 저녁을 먹으러 갔다.
아무런 suggestion이 없다면 발길은 '쌀집'으로.
오징어덮밥을 한 그릇. 소스는 모두 남겨두었다.
오피스로 올라오는 길엔 편의점에 들러 따뜻한 캔 커피를 하나 ㅡ

오후 열 시 반. 다시금 두통이 찾아왔다.
신경성 편두통.
그림을 조금씩 고치다보니 어느덧 열 한시가 넘었다.

정리하고 돌아가야지.

landing은 이제 한 시간 남짓 남았을까 ㅡ

_
mother hold me,
hold me tight.

mother hold me,
hold me tight.

mother hold me,
hold me tight.

mother hold me,
hold me tight.

mother hold me,
hold me tight.

mother hold me,
hold me tight.

mother hold me,
hold me tight.

mother hold me,
hold me tight.

mother hold me,
hold me tight.

you can't


you can't always get what you want!
30th Nov. 2011
#.
삑삐삑 ㅡ 삐삐삐삐 ㅡ 삑 ㅡ 삐리비리빅 ㅡ
비에 젖은 우산 끝을 문 틈으로 밀어넣어
조심스레 현관 문을 열었을 때,
너는 먼 발치에서 다소곳이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창 밖엔 비가 주룩주룩
계절을 잊은 채로 하염없이 내리고
네게도 식간의 무료함을 달래줄 수 있는 것으로 자그마한 접시에 담아 선뜻.
내게는,
나머지 두 끼니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약소한 봉지를 하나.
창 밖엔 계절을 잊은 비가 그칠 줄을 모르게 내리고
곧 있으면 새벽 네 시가 되는 시각.
요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는 나에게
무슨 말이라도 건넬까 하여 랩탑을 열었다가 ㅡ
_근황,




#.
될 대로 되라지. 혹은 제까짓게 어그러져도 멀리는 못 갈텐데. 랄까.
감기 몸살로 앓아누웠던 나흘 전부터 '해두었어야 했지만' 건강을 핑계로 넘겨버린 몇 가지 일들이 오피스 책상 한 켠에 제법 높게 쌓였다.
오늘은 오후 세 시까지 잤고,
깨어나서도 한 동안 뒤척 뒤척 등줄기에 고인 땀을 짓이기고,
이불 밖으로 내 놓은 내 왼 팔을, 맨 살을 베고 누운 나루를 쓰다듬고,
그 턱을, 귀 뒷 볼을, 목덜미를, 엉덩이를.
싫어라하는 발가락도 나른함을 틈타.



#.
첨단관 행정실에 내야 할 영수증, 회의록을 여섯 편 작성해야 하고,
ㅡ 민아씨 미안해요, 월요일은 휴가라고 했으니까, 화요일에 꼭 드릴게요 ㅡ
운영비 정산도 해야 한다. 몇 편의 회의록이 필요한걸까.
ㅡ 지혜씨도 화내지 말아요, 화내도 할 수 없고... ㅡ



#.
서버에서 돌아가던 코드는 이제 40만 개의 run을 마쳤을텐데.
26만 개의 새로운 run을 해야 하는데,
아니 그 전에 file copy부터 해야 하는데.
그럼 내일 오피스엘 나가야할까. 주말 내내 서버가 쉬는건 너무 시간이 아까운데.



#.
며칠 전 과학관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였다. 이과대 구내 카페에서 따뜻한 바닐라 라테를 한 잔 사들고 1층에서 6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을 때, 이미 그 안에는 학과장님과 지도교수님이 반듯한 양복 차림으로 서 계셨다. 가볍게 목례를 하면서 그 곁에 섰는데 학과장님께서 한 말씀 하신다. "요새 학생들은 다들 커피 한 잔씩 들고 다니나봐" 멀뚱히 (그리고 동시에 과연 내가 무슨 말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니, 결국은 아무 말도 안하게 되겠지 라는 예감에 사로잡힐 즈음) 그렇게 서 있는데 지도교수님이 한 말씀 하신다. "된장남이에요".



#.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의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젠 채 하지 않는다는(최소한 내게는 그렇게 보인다는) 점이다. 19살 겨울, 수능을 보았던 그 겨울에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방에 웅크리고 앉아서 커튼 사이의 빛 틈 속에서 떠다니는 먼지들 하나 하나를 세어가며 읽었던 그 겨울 이래로 되도록이면 그의 책이라는 건 빠지지 않고 읽어보는 편이다. 독서량이 부끄러울 정도로 적은 내게 있어서 이 정도의 노력과 열정은 어떤 작가에게도 허용치 않는 특이한 경우라 할 수 있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연코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팬이에요' 라고 말하기를 주저한다. 아니, 그렇지 않다는게 정확한 입장이겠다. 편집국 혹은 출판사의 얄팍한 상술에 속았다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옐로 사전' 부터 무슨 무슨 상을 받았다는 '해변의 카프카', 수많은 단편들이 실려 있었으나 제목의 그것 말고는 한 편도 마음에 와 닿지 않았던 '지금은 없는 공주를 위하여', 등 읽으면 읽어갈수록 더해지는 것은 자그맣고 얅은 실망감의 무게 뿐이었다. 그래도 한 권, 일전에 중앙대 중앙도서관에서 친구의 이름으로 빌려 읽은 '슬픈 외국어'와 군대에서 읽었던 '오블라디 오블라다 인생은 브래지어 위를 흐른다' 정도가 좋았달까. 여기서 '좋았다' 라는 것은 잰 체 하지 않는 가식없는 모습의 저녁 나절이면 맥주를 마시면서 동네를 어슬렁 거리는 그 모습을 미사여구없이 담백하게 쏟아내는 그 문법 때문일 것이다.
지난주였나, 온갖 종류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모니터에 붙여놓은 노란색 포스트잇, 그 안에 적혀있던 책들을 구매하면서 '잡문집'이 곧 출간될 것임을 알았고, 결재창에는 최종적으로 만 몇 천원의 금액이 더해졌다.

비가 내리는 금요일 밤, 어떤 이유에서인지 아직 포스퀘어에 등재되지 않은 이 곳, 스타벅스 연대 정문점(창천동 33-12 아닙니다) 3층 구석의 쇼파 자리에 앉아 130 페이지가량을 읽다가 랩탑을 꺼내어 after hours, homesick 등을 들으며 몇 자 '근황'이랍시고 남겨본다.

네,
지금까지 ㅡ
이대로 죽어버리면 지난 삼 십여년 (+ $\alpha$) 나의 삶에 후횐 없었나, 너무 쓸쓸했다고도 생각했었던 며칠 간의 앓이로부터 조금 해방된 된장자아의 푸념 내지는 웅얼거림이었습니다.
23:31_



23:31.
달력의 숫자 바뀌는게 너무 무서워.
요즘 같아선.

스스로 과한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지도 모르지.
:(
다시금 ㅡ




#.
직감이 틀렸다는 말의 에두른 표현일까.
'음 ㅡ 뜯어봐야겠네요'.
각종 공구와 한 몸이 된 듯한 솜씨로 상판과 하판을 모두 끄집어내어
그 자그마한 공간에 박혀있는
복잡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 전선들, 회로, 그리고 기판을 만지작 만지작.
몇 분 되지 않아 '콘덴서가 부식되었다'며 자그마한 부품을 교체하였다.
날렵한 손놀림으로 다시금 조립. 미러를 떼내고 내부는 물론 미러까지 청소.
렌즈와 바디 외부도.
노출계는 제대로 작동하는지, 셔터는 다시금 원활한 소리와 감촉으로 제 역할을 해 내는지 점검.
결코 크지 않은 금액을 들였고,
일전의 충무로에서 역시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을 들여 수리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이 곳 스타벅스에서 포트라 160nc를 한 롤 물리고,
셔터를 한 번 날려본다.

브루클린풍자극을 끝까지 읽었고,
밤은 벌써 아홉시의 절반 가량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지금은 없는 '그들'을 위하여 ㅡ



#.
2009년 1월, 우연한 기회로 손에 들어오게 된 이 카메라는 내가 가진 몇 대의 카메라 중 가장 값 싼 가격의 것으로 가장 많은 사진을 담아주었다. 어디든 들고 나가기 부담이 없었고, SLR이 주는 직관적인 편리함에 그간 다녀올 수 있었던 학회들과 관측 site를 비롯, '언제나 함께였다'.

근 30년이 되어가는 이 중고 카메라도 세월의 흐름 앞에선 어쩔 수 없었던 것일까. 지난 3월, 필름을 감아도 셔터가 눌러지지 않는 문제 때문에 적지 않은 금액을 들여 수리를 했는데, 반년이 지나 다시금 같은 증상을 보였다. 그래서 찾은 충무로의 수리점. 일흔도 넘어뵈는 주인장께서 슬적 보고는 입을 연다.

"이게 사람으로 치면, 여든이 넘은거에요. 여든이 넘었으니, 병원에 가서 고친들 그게 오래 안가요."

하릴없이 다시금 가방에 넣어 그대로 충무로를 빠져나왔다. 신촌으로 향하는 470버스는 만원이었고, 손잡이를 잡고 서 있는 많은 사람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나는 그렇게 슬플 수가 없었다.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여든이 넘은 낡은 카메라'는 잠시나마 기능할 수 있도록 수리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언 발에 오줌누기 라는건 너무도 명확해보였다.

Elliott Smith가 세상을 떠났다던 노오란 관제엽서가 생각난다. 경기도 연천군 군남면 황지리 사서함 118-35호, 제 2포대 이병 xxx 앞으로 온 엽서엔 익숙한 글씨로, 'Elliott Smith가 세상을 떠났단다' 라고 씌여있었다. 카메라 하나 고장난 것 가지고 무슨 신파를 써 내려가느냐. 그럴지도 모르지. 그러나 나는, 애정하는 그 무엇과 멀어져가는 그 느낌이 떠올라서일까. 나를 버린 그 사람의 마지막 얼굴과도 같은걸까. 내 힘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는 그 무기력함 때문일까.

2011년 11월은 어쩔 도리 없는 이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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