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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31 03:32am_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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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27 27th July 20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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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28 어머니_ 1
2011.05.14 좋아하는 것만을_ 2
2011.05.03 _
2011.04.26 상실의 시대_
2011.01.13 친절한 Kevin씨
2011.01.10 Rainy sunday in Seattle_
03:32am_

Canon A35F 2009

#.
5년인지, 6년인지 정확히 기억을 못 하겠다. 그 즈음 된 것 같다. 코엑스엘 다녀왔다. 정말 오랜만이라고 생각하면서 발걸음을 재촉했는데, 기실 눈 앞의 모든 것들이 그대로였다. 동그랗고 작은 광장. art box. 우동집. 여전히 알 수 없는 미로같은 갈래길. 커어다란 문구점. 그 문구점에서는 100일 휴가를 나왔던 2003년 12월, 필통을 하나 샀었지.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그 때 내가 샀던 필통은 자그마한 '국방색' 필통이었다. 전역할 때까지도, 그리고 전역하고 나서도 복학해서 계속 썼던 그 필통. 과학원 지하 도서관에서 누군가에게 도둑질 당했던 그 필통. 필통 사던 그 날의 그 모습이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날 줄이야.

#.
가을엔 Preston엘 가볼 것이다. 그 날들이 점점 기다려진다. 이렇게 덥진 않겠지. 그리고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리지도 않겠지. 가장 좋아하는 블레이저와, 은은한 하늘빛 셔츠 그리고 아직 결이 살아있는 면 팬츠, 암갈색 마틴을 신고서 Preston엘 가볼 것이다. 나루가 눈에 밟히겠지만.....

#.
가방 안 작은 주머니에 넣어둔 필름 두 통. 그리고 지금 물려놓은 카운터가 33을 가리키고 있는 한 통. 주중엔 충무로엘 다녀와야겠다. 전에 없이 내 사진도 몇 컷 담긴 필름이라니. 궁금하면서도, 매일 아침 거울로 보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담겨 있을까 조금은 두렵다.
Sep. 2011

Google Maps
27th July 2011

canon a35f, Oxford, UK Oct. 2009

#. 비닐 봉지의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귀신같이 알아챈다. 책상 위에서 마치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졸리운 눈으로 선잠을 자던 나루가 소스라치듯이 깜짝 놀라며 나를 바라본다. 안주로 사온 짭쪼롬한 오징어포를 뜯는 순간이다. 몇 번을 기웃기웃. 그 때마다 매몰차게 돌려세웠더니 단념하고는 다시금 책상 위로 올라갔다. 아빠가 아까 간식 줬잖아. 남겨둔거 내일 또 줄게 ㅡ

#. 한 병 더 가져와야겠다.

#. 카프리가 좋다. 언제 마셔도 스물 한 살적, 흑석동 고갯길을 올라 문과대학 옥상의 동아리방. 아무도 없는 토요일 저녁 나절의 끈적끈적한 시멘트 열기 위의 지저분한 그 곳을 생각나게 한다. 고물상에서 주워왔을 법한 티비에서는 국가대항 축구 경기가 흘러나왔고, 나는 카프리 두 병과 함께 실패한 재수생의 패배감에 잔뜩 절은 채 눅눅한 동아리방을 지켰었다. 그 때 그 모습을 언제나 상기시켜준다. 그래서 카프리가 좋다.

#. 올해는 '비'로 기억될 것 같다. 여느해보다 많은 비가 뿌려졌다. 작년은 어떤 모습으로 남았던가. 제작년은. 2008년은. 관측기기 수업이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함에 있어서 각자 자신의 근황과 앞으로의 계획을 말하는 시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과학관 618호. 디귿자로 둘러앉아 한 사람, 한 사람 소회를 읊는다. 그 시간에 내가 했던 말은 'I'm screwed up.' 그랬다. 2008년은 그랬다. 제작년 그리고 작년은 아무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게 더 나쁘다고 생각한다.

#. 올해 휴가는 조용히 없애버렸다. 실은 울릉도엘 가보고자 했다. 길게는 4박 5일 정도, 섬을 주욱 ㅡ 돌아보고자 했었다. 그러나 이런 저런 문제들 때문에, 올해 휴가는 조용히 없애버렸다. 대신 무박 1일 정도로 새벽 바다를 보러 다녀올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굳이 운동화가 필요하지도 않고,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지 않을 그런 짧은 여행 말이다.

#. 지난 낮엔, 후배의 논문 제출을 도왔다. Astrophysical Journal의 web-site에 들어가서 교수님의 id와 password를 넣고, TeX file과 15개의 그림 file들을 upload, merge시키고, 제출했다. 나는 second author로 등재되었다. 얼마전 처음으로 '내 논문' 이라 말할 수 있는 paper가 발행된 이래로, 공저자로 몇 건 등재가 되고 있다. 쉬운 일도, 업수이 여길 수 있는 일도 전혀 아닌 일들이다. 그러나, 한 편으로 '허ㅡ한 이 기분'은 대체 뭐지. 대체 뭐야.

#. 토요일엔 근 사 년 만에 '아랫 동네'엘 가볼 생각이다. 몇 몇 매장은 바뀌었을 것 같다. 사람은 여전히 많을 것 같고. 지하철 7호선, 청담역 바로 곁 6층짜리 그 학원은 아직 그대로일까. 강남대로를 철판으로 메꾸어놓고 그 아래에서 지하철 7호선이 아직 공사중이던 시절. 좁아진 차선 위에서 212번을 타고 나는 '그 으리으리한' 학원엘 다녔었다. 버스를 타러 나가는 길목, space.... space 뭐였더라. 이제는 정확한 이름도 기억이 안 나. space 어쩌고 ㅡ 인 편의점에서 피카츄 빵이 오백 원, 200ml 우유가 몇 백원. 어지간해서는 1천원이 넘지 않았던 아침을 가방에 챙겨넣고, 이제는 번호가 바뀐 옛 212번 노란 버스를 타고 공사중인 강남대로를 달려 청담역 상아아파트 앞에서 내리곤 했었다. 버스는 또 어찌나 콩나물 시루같던지. 그렇게 삼십 여분을 달려서 상아 아파트 앞에 도착해서는 횡단보도를 건넌다. 그 때 학원 앞 저만치에 검은색 다이너스티가 한 대 정차해 있었고, 뭐랄까, 그냥 딱 ㅡ 봐도 '나와는 다른 세계에서 온 것과도 같은' 여학생이 차에서 내리면서 '아빠, 다녀올게' 라고 말하는 걸 들었을 때. 아무 일도 아니었지만 십 일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기억한다. 정말 아무 일도 아니었어.

#.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그 여름,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서 있었는데 '이 학원 다니냐면서' 우산을 씌워주던 그 치과의 간호사분은 지난 십 일년간, 행복하셨을까 ㅡ 정말 고마웠는데.

#. 내일도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타박타박타박타박타박타박타박타박 ㅡ 빗소리 가득한 수요일이 되었으면.
25. 6. 11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걸 몇 조각 먹으면서,
랩탑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려했다.
살이 찔까봐 잘 주지 않는 몇 가지 '맛있으나 몸에는 좋을리 하나 없는' 그런 먹거리를 주어야겠구나,
오늘은 그래도 되는, 몇 안되는 날들 중 하나겠지. 라고 생각하고는
아랫 찬장에서 맛있어보이는 것으로 하나 꺼내어,
익숙한 캔 따는 소리를 들려주자, 
귀신과도 같이 알고는 달려와 옹알대는 녀석.
3번에 나누어주겠노라며, 그것마저도 조금만 접시에 덜어내어 내놓았다.
얄팍한 이불 위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
나흘도 넘게 쉬지 않고 내리는 빗소리를 병풍삼아
포클의 그 분이 보내준 old boy ost 중에서 몇 곡을 재생시켜놓고는
몇 글자 적어볼까하여 글쓰기 버튼을 누른다.

'서문'에 살 적엔,
아 ㅡ 이 얼마나 지긋지긋한 이름인가.
그러니까 지금보다 덜 여유로웠고,
지금보다 더 각박한 마음 한 가득 안고 살던 시절,
지금보다 더 옹졸했으며,
지금보다 더 속좁았고,
지금보다 더 치열했던 시절.
지금보다 더 멍청했던 그 때 그 시절엔
이따금씩 이런 저런 생각들을 나름 수월하게 그리고 또 시원시원하게 풀어냈었다.
그러나 늘어난 생각만큼 되려 줄어든 말수는
별 것 아닌 한 살, 한 살 나이먹어가고 있다는 반증일까.

여느 토요일이었다면,
지금 이 시간엔 '나무'의 나무 의자에 앉아서,
나뭇결이 잔잔히 그리고 번드르르,
노오란 등불 아래 은은히 빛나는 bar에서
언제나 스물 한 살, 흑석동 문과대학 옥상을 생각나게 만드는 카프리를 두어 병,
그리곤 잭콕을 두어 잔,
미오가 반갑다고 인사를 하고,
Maximilian Hecker와, Elliott Smith와, Damien Rice와, Rufus Wainwright와, Norah Jones.
영원히 변하지 않을 지루한 플레이리스트가 한 바퀴, 두 바퀴 다시금 쳇바퀴를 돌았을텐데.

며칠 전 그렇게 게워내고 난 뒤로는
이 무슨 쓸데없고, 비생산적이고, 역겨운 짓이냐며.
그러지 말자고, 그러지 말자고.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내 본성은,
본디 이러함일까.
어머니_
꽤 오래 전의 일이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신촌 거리를 거닐다 굴다리 즈음까지 다다라서는
비도 피할 겸, 처음 보는 '소박해보이는' 술집엘 들어갔었다.

개업한 지 얼마 안되었다면서
'우리 어머니' 연배로 보이는 아주머니 한 분이
아들, 딸과 함께 가게를 꾸리고 계셨다.

역시 아직 개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노라며
레몬소주의 농도가 '그 때 그 때 마다' 다름을 수줍게 고백하시던 분들.
나와 동갑이라는 아들, 두어 달 후엔 군대엘 간다며 두툼한 해물파전을 연신 건네주시던 기억.

그리고 일년 반 후,
나는 경기도 연천군 전곡면에서
규격 봉투에 담긴 어머니의 편지를 받았다.
 
털어넣은 술잔만큼
털어버린 이야기들이
무수히도 흩어져간 곳.

지금도 매일같이 굴다리 곁을 지나며
이제는 다른 간판으로 바뀌어버린 어사와 그 자리를 보면서
같은 생각을 반복하고 있다.

'어머니,
건강히 잘, 지내시지요_'



좋아하는 것만을_


좋아하는 것만을 좋아해.
좋아하는 것만을 바라봐.
좋아하는 것만을 얘기해.

그렇게 좋아하는 것만을 원하지 말아.
그 '유일한 것'이 사라져버리고 나면,
아무것도 남게되지 않거든.


_

네가 아니었더라면
나는 사진기를 집어들지 않았을거야.

고맙고,
널 미워해.
상실의 시대_

나의 와타나베는 조금 더 무딘 얼굴에
다소간 헝클어진 곱슬머리,
그러나 지저분해보이지 않는 다부진 체격이었다.
입술은 조금 도톰하다 싶을 정도이며
그다지 높지 않은 콧날에,
땀 흘리는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아
얼굴은 제법 그을렸다.
양치질과 면도에 항상 성의를 다하고
커피와 맥주를 즐겨마시며
토마스 만의 마의 산 같은 문고본을 아무렇게나 집어들어
그만의 30년 룰 안에서
휙휙 읽어나갈 수 있었다.
진심으로 나가사와를 가까이하지 않았으며,
하츠미를 동정했고,
기즈키에게 탄식을 내뱉었다.

나오코가 좀 더 각이 없는 표정이었으면 하고 바랬고,
미도리의 선홍빛 입술이
조금 더 엷었더라면, 아니 차라리
와타나베의 입술과 뒤바꾸었으면 했다.

돌격대의 아침 체조도,
반딧불이 이야기도 볼 수 없었고
레이코 여사의 michelle에는 몰입이 어려웠다.

무엇보다도,
기즈키는 그렇게 '뒷좌석'에서 죽어가서는 안되었다.
친절한 Kevin씨
아아, 친절한 Kevin씨.
이 대책없이 활발하고 사교성 좋은 스위스/독일 동갑내기 친구는
그 넓은 exhibition hall 한 가운데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연신 '안녕'을 건네더니
결국 한 사람, 두 사람 붙잡고는 모두에게 나를 소개해 주고 만다.
덕분에 따로 출력해간 a4 사이즈의 포스터 사본을 몇 장 - 마치 명함처럼 - 건넬 수 있었고,
'우리'가 되어버린 일행의 틈에 끼어 Roosevelt 호텔 1층의 bar에서 간단히 맥주 한 잔을 하기에 이르렀다.
(Seattle brewery에서 만든 Manny's. 오묘하도다....)

John Silverman.
IPMU에 있다는 전형적인 노란 머리의 파란 눈을 가진 '잘 정돈된 사나이'는
포스터에 큰 관심을 보이고는 Type I Seyfert Nuclei의 발견에 대해 연구할 '거리'를 제시하면서,
8월 말에 일본 가시와 市의 IPMU에서 있을 workshop에 초청해주었다.
그러나 아직 세부 일정과  프로그램이 정해지지도 않은 workshop에
덥썩, 하고 가겠다고 할 수도 없는 일.

jet lag 때문에 오후 7시 밖에 안되었음에도 몰려오는 폭풍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먼저 bar를 나서는데,
창밖은 그야말로 눈폭풍이 강림하셨다. 지난 11월에는 10센티미터가 넘는 눈에 온 도시가 '마비'되었었다고 하던데,
설마 학회 기간엔..... (집에 가게 해주세효;;)




학회도 이제 끝을 향해 가고 있다.
그래, 그 동안 누굴 만나고, 보았던가.

Joseph Shields (Ohio) : 포스터 발표에 깨알 같은 글씨로 a4 7장을 덩그러니 붙여놓고 말다니. 실망이로다.
Samir Salim (Indiana) : 핵심을 파고드는 질문들. 약간 구부정한 자세의 왜소한 체구. 벗겨지기 시작한 머리는 지못미...
Meg Urry (Yale) : 여전히 슈퍼 스타.
Bob Nichol (Portmouth) : SDSS Builder 중의 한 사람. Kevin 말을 빌리자면, '무엇이든 이루어내는 결정권을 가진 자'
Ricardo Schiavon (Gemini) : 안녕! 히카르도! :D
Kevin Schawinski (Yale) : 이토록 활발한 줄은 처음 알았도다.
Sugata Kaviraj (Imperial) : 수요일 exhibition hall에서 그를 만났을 때, 그 반가움은 몇 자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정도의 것이 아니다.
Marc Sarzi (Hertfordshire) : 내일은 꼭 오세요, 쫌.....-_-;


내일 저녁엔 Kevin, Sugata, Marc과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다. 누구보다도 편한 사람들.
맥주도 마셔줄테다. 마음껏 마셔줄테다. :)



이젠 잠들어야 할 텐데....
Rainy sunday in Seattle_
Pike Place Market을 등지고 Seattle Convention and Trade center에 가기 전,
Starbucks에 들렀다.
손톱 만큼의 과장을 섞어서 말한다면,
정말 이 곳엔 한 블럭 마다 Starbucks가 있다.
아무 생각없이 횡단 보도를 건너면 또 새로운 Starbucks가 있는 셈.

역시나 Server가 이름을 묻는다. 이번엔 '나의 진짜 이름'을 말했다.
정말 어떻게 쓰는지 궁금했다.
스펠을 묻는 Server. 아무렇게나 써주세요, 라고 말했더니
Smile을 그려놓는다. :)



자리를 잡고 앉아서 필름을 갈았다.
그 사이에 곁에 와 앉은 청년은 Holy Bible을 꺼내들고 읽기 시작한다.
길거리의 행인들, 껄렁한 패거리들을 구경하다 문득,
뒷 자리의 벽면에 분필로 그려놓은 지도에서 Puget Sound를 발견한다.
Kurt Cobain이 'Frances Farmer will have her revenge on Seattle' 에서 말했던 그 Puget Sound가 아니던가!
Pike Place Market을 끼고 있던 그 바다가 Puget Sound 였을 줄이야....
필름으로 한 방,
Puget Sound를 담았다.


(저 멀리 Puget Sound...)


Seattle Convention and Trade center에 도착한건 오후 2시 20분. 등록은 3시부터란다. 어제 check-in 부터 계속 이런식. -_-
40분을 기다려서 badge print를 하려는 사이, Ricardo Schiavon을 만났다. 어찌나 반갑던지 :)
포스터 발표를 한다고 이야기했더니 꼭 들르겠다며 세션 이름과 시간을 적어갔다. 언제 봐도 유쾌하고 반가운 사람.




등록할 때 받은 coffee coupon을 받은지 1분도 채 되지 않아 잃어버린걸 빼고는 이 곳 저 곳, 잘 찾아다닌 하루.
Marc이 check-in 한 것을 확인하고 email을 보냈지만 아직 연락이 없다. 곧 저녁을 먹으러 나가야지.
내일은 비가 내리지 말기를! 아니, 부정형 희망은 이루어지지 않을거라고 했는데, 그럼.... '내일은 화창한 하루이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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