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mporary글 97건
2011.01.09 아, SEATTLE. 1
2010.12.18 세 가지 질문_ 2
2010.12.18 나루에게_ 1
2010.12.18 5 slide ver.
2010.12.12 누군가의 무덤 앞에서
2010.12.04 너의 '관계' 2
2010.11.28 바로, 지금_
2010.11.21 to do_
2010.11.08 좋지 않음.
2010.11.08 세 번째 겨울. 1
아, SEAT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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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th American Astronomical Society(AAS) meeting에서 poster 발표를 하기 위해 이 곳, SEATTLE에 왔다. NARITA에서의 3시간 기다림, 그리고 다시 8시간 20분을 날아, 태평양을 건너, 베링 해역 아래를 지나, 캐나다 국경의 아래까지. UA는 처음 이용해보는데 백전 노장처럼 보이는 나이 지긋한 flight crew가 내 영어를 못 알아듣는다.... -_-; coke please를 두 번, 그래도 못 알아듣겠다는 표정이길래 '완전 크게' 다시 한 번 'COKE!' 이랬더니, 알겠다는 표정과 함께 물을 주더라...... (잊지않겠다.....)

TACOMA AIRPORT에서 rail로 갈아타고 University street에서 71번 버스로 환승. 그런데 버스요금을 안 받는다..... 내일 좀 알아봐야겠다-_-; University of Washington 안에 있는 이 곳 College Inn에 도착한 건 오전 11시 5분. 그런데 office hour가 11시부터 오후 3시 까지는 아니랜다... Inn이지만 정문은 잠겨져있고 생각보다 의외로 추운 날씨에 길거리에 캐리어를 세워두고 우두커니 서 있던 10여분. 1층 식료품점 주인이 측은히 여겼는지 전화를 한 통 넣어봐주시겠단다. 그래도 윗층엔 아무도 없을 뿐. 다행히 두 블럭 떨어져 STARBUCKS가 있다. 식료품점 주인에게 연신 감사를 표하고 다시금 빠알간 캐리어에 고동색 카메라 가방을 얹고, 백팩을 둘러메고 학교를 거슬러 올라갔다.

꽤나 작은 STARBUCKS. Caramel Macchiato를 주문하고 어떤 이름을 댈까 잠깐 고민한다. '정확히 말해도 적기 어려우실테니 그냥 '케이죠'라고 적어주세요' 했더니 점원이 컵에 'KAZO'라고 적고는 콜링을 한다. 누가 sleepless in SEATTLE이라고 했던가. 토요일 오전 11시가 조금 넘은 즈음. STARBUCKS에서 오랜 비행 끝에 쏟아지는 잠을 참기란 ....

3시가 되기를 기다렸다가 숙소로 돌아와 check-in을 하고 짐을 풀었다. fabric에 인쇄한 나의 첫 포스터. 캐리어에 두 번 접어서 담아온 포스터는 생각보다 구김이 덜하다. 집게로 집어서 잘 펴지라고 블라인드에 집어두었다. 옷들을 걸어두고 랩탑과 mp3, 아이폰을 충전하고, 잠깐 앉아있는다는게 6시간을 내리 자버렸다.

이 곳 College Inn은 낡고 오래된 유럽식 Inn으로 작지만 이런 저런 소소한 것들이 잘 갖춰져있다. 그런 첫 인상. Marc은 이 곳에 와본적이 있었길래, 그래서 이 곳을 추천해준걸까. 역시 Marc.

Marc은 내일 오후에 도착할 예정이다. facebook을 보니 Sugata가 Sleepy in SEATTLE이라고 남겨놓았다. 적어도 모레엔 conference center에서 Kevin도, Sugata도, 그리고 연이 닿으면 SAM에게 사진을 전해주고, 작년 215th AAS meeting에서 만났던 John도 만날 수 있겠지.

내일은  Pike market에 가볼까. 비를 흠뻑 맞으며 저녁을 사오던 길에 본 camera shop도 들러봐야겠다. 그리고 used book store도.

아, SEATTLE.

세 가지 질문_
1. 두 가지 이상의 언어에 능통한가?
2. 여행을 좋아하는가?
3. 천문학이 아니면 정말 안되는가?

세 가지 질문 모두에서 긍정적인 대답을 할 수 없다면,
PhD program에 들어서길 권장하지 않는다.

- Scott Trager,
Associate Professor, Kapteyn Instituut, Rijksuniversiteit Groningen, NETHERLANDS

나루에게_
누군가 복도를 지나가는지,
바깥의 부시럭 거리는 소리에
나루가 가만히 앉아 현관문을 바라본다.

'나루야,
오늘은 아무도 오지 않을거야.
큰 누나는 평택엘 내려갔고,
둘째 누나는 오늘 결혼했거든'
5 slide ver.
교과서에 등장하는 사람을 실제로 눈 앞에서 본다는 것은 실로 흥분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멀게는 Joe Silk로부터, 가깝게는 Scott Trager에 이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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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안되는 경험이지만 그럴 때마다 느껴지던 그 생동감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지난 주, Scott Trager가 연구실에 초청되어 방한했다. Hubble Fellowship을 받았던 사람이었으니, 그 어떤 미사여구로 말하는 것보다 더 명료한 소개가 아닐까 한다. 해외 연구자들이 초청되어 올 때마다 갖는 one-day workshop. 그간 개인의 연구를 초청된 연구자를 모시고 약 20여분 내외로 presentation을 하고, 질의 응답과 함께 comments를 받는 시간. slide 35장 정도로 준비했었는데 workshop 당일 아침 Scott의 제안. 모든 사람의 presentation을 2~30분씩 갖는 동안 우리는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양념인지 잘 잊게 된다며, presentation material을 5 slide로 제한하자고 한다. 한 사람을 앞에 앉혀놓고 5~6사람이 2~30 slide씩 보여주면서 feedback을 갖고자했으니 무리였을 법이 당연했다. 그래서 만든 5 slide version.

표지도, summary도, future work도 없어서 휑하긴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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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like it.

누군가의 무덤 앞에서




별의 별 사람들이 있었다.
그 폐쇄된 공간 안에 있는 300여 명의 사람들.
그 중 매일 부딪히고 사는 80여명의 사람들 중엔
정말 특이한 사람들이 많았다.

세상에는 참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한 첫 번째가
대학에 들어와서였다면,
그보다 훨씬 좁은 사회에서였지만
그보다 훨씬 큰 충격으로 다가온 곳이 바로
군대에서였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도 실소를 자아낼만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어떤 날엔가엔,
(눈이 많이 내린 2월이었다)
행정반에서 나를 불렀다.
'후ㅡ 아- 아- 행정반에서 알려드립니다. 이병 xxx은 지금 즉시 행정반으로 오십쇼'.
행정반에서 이등병을 찾는 일은 '거의 없다'.
이럴 경우 응당 고참들은 '너 뭔 잘못했어?' 혹은
'너 무슨 빽이라도 있냐?' 정도의 반응.

그 날은 평일이었는데,
일과의 시작 전 행정반으로 불려간 나는
곧 설을 맞이하여, 부대 내에 있는 산소에 성묘 올지도 모를
'민간인'의 출입을 대비하고자,
산소의 비석에 새겨진 글귀를 읽어오라는 것이었다.

사실 옥편 하나만 들고 올라가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도,
군대는 어떠한 종류의 불확실성도 갖고 싶어하지 않는 곳이었기에,
그래도 서울에 있는 대학 다니다 온 놈이라고
이 놈은 옥편 들고 올려보내도 한 나절이나 보내고나서
'못 읽겠는데 말입니다' 할 것 처럼 보이진 않았는지
나를 불러세워놓고 비석의 글귀를 읽어오라고 옥편을 들려보냈다.

그렇게 자그마한 낡고 닳은 옥편을 하나 들고
눈 덮인 막사 뒷편 2지대로 올라가
누군가의 무덤 앞에 쪼그려앉아
비석에 쌓인 눈을 털고
한 자씩,
한자를 읽었었다.
 

"東萊鄭氏 貴分之墓"


그리고 그 해 설엔 아무도 오지 않았다.



너의 '관계'
그렇게 오랜 동안
어디에서 무얼하고 있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삶을 살다가
갑작스레 일촌 신청이니 친구 등록이니 하고는
'나 결혼해' 라고 말하지 마세요.

당신이 생각하는 '관계'는
내가 생각하는 그것과
너무 많이 달라 보입니다.
바로, 지금_
거지같은 행색으로 창가,
자리에 앉아 커피를 홀짝이고 있노라니
그 사이에 눈발은 많이 사그라들어
이제는 매의 눈으로 저 멀리 빛의 등성이를 유심히 바라보아야만이
겨우 몇 알알이 희미하게나마 보일 뿐이 되었다.
그러나 그 마저도 하늘하늘 종이비행기 어디로 흐를 지 모르듯
그렇게 나리는 눈이 아니라
묵직한 얼음덩이라도 하나씩 죄다 가진 양,
찰박찰박 내다꽂는 그런 덩어리들.

얼마나 사는게 빠르고 또 빠른지
특히 이 곳 신촌은
매일 셀 수 없을 만큼의 쓰레기들이 거리로 나 앉고
또 거리로 나 앉아도 금새 다시 치워지고 새로운 쓰레기가 나 앉는다.
두어 시간을 제법 내린 눈과 얼음 그 비스무리한 것들은
사람들의 발과 탈 것들의 인공열에 이미 자취를 감춰버리고 말았다.

내일은 정말 일찍 일어나야지, 그래서 쌓여있는 일들 중 어느 하나의 끝을 잡고 주욱,
당겨보아야지 하는 마음을 안고 이 곳,
학교 앞 스타벅스에 와서 따끈한 커피 한 잔에 한 시간의 시간을 보낸다.

아,
하고 싶은 말들이 정말 많은데
목구멍에서 이리도 나오기 힘들 줄이야_

to do_
0) 워크샵 마무리_ ( ~ Tue)
1) Julien's camera ( ~ Mon)
2) cosmology presentation - Quasar ( ~ Thu)
.
.
.
3) statistics of the Ha-width for BLRs
4) AAS abstract
5) 위성비행체동력학 presentation ( ~ next Tue)

.
.
.
6) 충무로 (언제... ㅡㅡ;;)
좋지 않음.
몸이 좋지 않아 마음도 좋지 않는걸까
마음이 좋지 않아 몸이 좋지 않다고 느끼는걸까
어찌되었든,
둘 다 좋지 않아.
세 번째 겨울.
블로그를 쓰기 시작한지도 벌써 3년.
티스토리에서 만드는 탁상 달력을 두 번 받았고,
이제 세 번째 겨울이 왔다.

기억은 늘 머릿 속에 상주하는 것이 아니라서
마치 유령과도 같이
머릿 속 어딘가에 숨어있다가도
일상 속의 사소한 일들 하나 하나가 탁! 하고 터뜨려주는 듯.
탁상 달력에 응모할 사진을 고르려다
문득
3년이 지났구나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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