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mporary글 97건
2010.10.31 사소하기 때문에_
2010.10.20 옥희의 영화 1
2010.10.11 짧은 몇 가지_ 3
2010.10.06 quiet_
2010.10.03 #_몇 가지 이야기들 4
2010.09.23 아저씨_ 4
2010.08.01 해가 진다_
2010.07.18 지금 나는_ 1
2010.07.15 일요일 오후_ 1
2010.07.13 미안해,
사소하기 때문에_
내츄라 클래시카를 검색하다 낯모르는 이의 블로그에서
'보편적인 노래'를 다시 듣게 되었다.
모니터 백그라운드에 걸린 TV 채널을 음소거시켜놓고,
타이핑하는 키보드 앞 책상 위에 누워 잠을 청하는 나루의 '거의 다 감긴' 눈초리도 외면하고는
새하얀 내츄라 클래시카 사진이 담겨진 낯모르는 이의 블로그에서 흘러나오는
'보편적인 노래'를 들으며
몇 자 적어볼까 한다.

브릿츠의 스피커.
2005년 8월 말년휴가를 나와 용산에서 장만한 지금의 pc.
음악이 너무 듣고 싶어서,
벼르고 벼르다 함께 산,
나름 우퍼도 하나 달린 묵직한 스피커.
이제 명을 다했는지 고르지 못한 소리를 마치 신음처럼 뱉어내고 있다.

베어다이나믹스의 이어폰.
괜찮은 이어폰 한 번 '제대로' 써보자는 마음에 샀던 묵직한 이어폰.
2007년이 시작되던 무렵이던가,
그 때 장만한 이어폰은 어느 순간인가부터 한 쪽이 덜걱덜걱 거리더니,
2008년 5월 25일
지하철 5호선의 동쪽 끝 무렵,
개롱 역으로부터 신촌으로 되돌아오던 지하철 안에서
네깟 것이 어떻게 그리 타이밍을 잘 맞추었는지
5호선에서 버려져
2호선에 오르던 왕십리역에서부터는 끝내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요샌 E888이 아주 가끔 밸런스가 무너지곤 한다.
앞으로 더 자주 그러하겠지.
그러다 어느 순간엔 한 쪽에서 '지직_' 거리다가는
결국 단선되고 말겠지.

그러나 스피커든 이어폰이든
쉽게 버리고 새 것으로 바꿔치기 할 수 없는 것들이어서
사소한 것이지만
그 사소함 때문에 더욱 든 것이 '정'이라,
그들이 들려준 음악과 사연 마저도 다 함께 버려지는 듯 하여
쉽게 내치지 못하는 것 같다.




옥희의 영화

besa r2 + nokton classic sc 40.4 + E100VS / fotomaru

지난 주말,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옥희의 영화'를 보았다.
홍상수 감독이 말하는
'돌이킬 수 없는,
그리고 양미간을 찌뿌리게 하는 찌질스러움'을 확인한 자리.

슬프지만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던 건,
담담한 이별 예감이랄까.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닿을 수 없는 평행선 위에서
서로를 안다고 착각하며 사는
different animal이라고
생각한다.

그 담담함에
질려버릴 듯 숨이 막힌다.

iPhone 3GS
짧은 몇 가지_
#_ 제법

제법 자랐나보다.

학교 가고,
밤늦게 돌아오는 생활의 반복.
밥과 물을 잊지 않고 주고
화장실 청소를 하고,
모레를 갈아주는 것 외에는
그렇게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하고 있다고,
나는 스스로를 늘상
책망하며 산다.

그러는 사이,
제법 자랐나보다.

물이 싫어 내지르는 그 큰 울음.
나를 박차고 뛰쳐나가려 세운 발톱의 우악스러움에
손 언저리 한 곳이 채여
지금까지도 발갛게 속살이 드러났다.

너는
그 풍성한 털을 한 가득 몸에 달고서
지금도 몇 자 적어내려가는 내 눈 앞에 비스듬히 누워
제법
길어진 몸뚱아리 한 가득
숨을 내지르고 있구나.



#_ meet me by the water

언젠가부터
혼자서 이런 저런 일들을 하는 것에 대해
상당히 자연스러워졌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숙련되어가는 나를 발견하고 있다.

어렸을 적
아무 때에나 집어들어
아무 페이지나 펼쳐도
그대로 주욱 읽어내려갈 수 있던 그 책에는
배기관에 호스를 연결해 자신의 차 안에서 자살해버린 친구를 떠나보낸
열 아홉 이후로
철저히 혼자가 되어버린 소년이 있었다.
그를 동경했다거나 한 적은 없었다. 다만,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고
받아들였을 따름이다.

너무 늦지 말았으면 한다.



#_ Jack coke

광화문 씨네큐브를 나선 것은 10시 50여분 즈음이었다.
제법 너른 도로 위를 좌우로 내달리는 무수한 차들 곁에 서서
신촌으로 가는 '아무' 버스나 기다리던 바로 그 때,
나는 왜 Jack coke이 생각났을까.

새단장을 한 미오.
누나를 찾아온 세 분의 손님.
여럿일 때, 사람은 무모해진다고 했던가.
취기가 오른 한 무리의 사람들.
서강대학교 물리학과의 그 분 그리고 그 분의 일행.
bar에 앉아 맥주 한 병 부터 비운 나.

두 병의 맥주와 두 잔의 Jack coke을 소모하는 와중에
함께 버리고자 했던 것은 정말
무엇이었을까.





quiet_

주머니에 두 손 푹 찔러넣고
집으로 걸어들어가던 길
레이첼의 quiet가 갓 흘러나오기 시작한 무렵

baby says I can't come with him

인적없는 좁디 좁은 골목길
별도 달도 아무것도 뵈지 않는 밤
얼기설기 비뚜루 걸려있는
절절한 주홍빛 나트륨 등

take care
I've been hurt before

이유를 알 수 없게
라고 밖에 적을 수 없는 이 못된 나약함.
반쯤은 사색이 될만큼 꾸역 꾸역

goodbye
don't cry
you know why

가을이 깊어간다.
#_몇 가지 이야기들
#_엉클분미

칠흙과도 같은 털, 우악스럽게도 생긴 뿔.
말이 없는 소가 매어놓은 끈을 끌르고 그 육중한 몸을 이끈다.
그의 이름은 '쿄우'.
숲 속에서 알 수 없는 신음 소리만을 낼 뿐, 주인의 손에 이끌려 되돌아갔다.

집을 떠난 아들이 원숭이 귀신의 형체로 되돌아왔다.
19년 전 죽은 아내가 그 때 그 모습 그대로 되돌아왔다.

잃었던 모든 것들이 되돌아왔지만
그 때 그는 현생에서 가진 모든 것을 잃기 위해
생의 마지막 날을 이끌었다.




#_첫인상

8년 전 너희 '둘'을 처음 보았을 때
말을 섞지 않았어도 알 수 있었던 감정들이 있었다.
감정은 '논리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지만,
분명 그러한 감정은 결국 '알게' 되는 것으로
남겨졌다.

결국 내가 옳았음으로 증명된 지난 8년의 세월.

"안녕_"




#_Marc

Marc이 Oxford로, 그리고 Paris로 되돌아가기 전 날 밤.
그에게 난 나의 favorite place를 데려가겠다고 하면서
'나무'엘 갔었더랬다.
간단히 맥주 한 병 씩을 들이키면서 그가 내게 했던 말이 자꾸,
아른거린다.

"leave your office,
meet the people and
dance with someone."




#_가을은

우스갯소리로,
'가을은 Rachael과 Damien의 계절' 이라고 했다.

1Gb의 아이팟 셔플에 들은 열 너댓 곡이 너무 지겨워진 요즈음,
하드디스크를 뒤적이다 Rachael의 곡들을 추려내어 따로 폴더에 넣어둔 것을 발견했다.
플레이리스트에 그녀의 곡들을 올려놓고서는
정말 그러한가보다 하고 있다.

'가을은, Rachael과 Damien의 계절'.




#_나의 마음은 황무지

신해철이라는 사내를 참 좋아했었다.
그러니까 고등학생이 막 된 무렵,
너바나와 넥스트에 푸욱, 빠져 살았었다.
그의 몇 안되는 영화 음악 작업 중에 '정글스토리'에 실린 곡 중에
'나의 마음은 황무지'라는 곡이 있다.
원곡은 산울림 3집의 그것으로,
신해철이 특유의 괴기스럽다고 까지 말할 수 있을 정도의 투철한 실험정신을 발판삼아
재해석한 곡이다.
그 곡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나의 마음은 황무지, 차가운 바람만 불고,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그런 황무지였어요.
그대가 일궈놓은 이 마음,
온갖 꽃들이 만발하고 따뜻한 바람이 부는
기름진 땅이 되었죠'




#_노을지다

얼마 전에 비슷한 이야기를 쓴 적이 있다.

저녁을 먹기 위해 이과대학을 내려와
학술정보관을 지나 줄곧 그 내리막길을 걸어,
중앙 도서관을 곁에 두고 백양로 너른 길을 건너기 위해 좌우를 살피는데
그 때 본관 위 하늘엔
저녁 노을이 서쪽에서부터 자리잡아
북녘 하늘에까지 드리워져 있었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남쪽으로, 정문으로 빠져나가려고 줄을 이었고
그 길가 위에서 마주친 노을의 한 쪽 자락은
더없이 아름다웠다.

그러나 10분.
평균적으로 위 속에 끼니를 밀어넣는 그 10분의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백양로를 지나는 머리 위엔
노을도 다 사라져버리고 말아

위 속에 끼니를 밀어넣는 10분 동안에
마치 나의 젊음도 다 사라진 것 마냥
더없이 서글퍼졌다.

어리석음.
가지 않은 길에 대한 경외.
걸어온 길에 대한 변명과 후회.
그리고 다시 어리석음.

깜깜한 밤이 지나,
다시금 해가 뜰테지만

오늘 스쳐 지나쳐버린 노을을
내일 다시 볼 수 있을까.

나는 또 하루만큼 더 나약해져가는데.

 
아저씨_
우리가 아직 스무살이던 무렵, 그리고 친구가 먼저 군대에 가기 전인 스물 두 살때 까지,
우리는 단지 이동통신사에서 선심쓰듯 제공하는 4~500원의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케잌타운' 앞 골목을 지나 '평택극장'을 끼고 돌아 횡단보도 따위는 필요없는 왕복 2차선의 길을 건너
햄버거를 먹으러 가곤 했었다.

여전히 우리는 평택역 앞에서 만나 잠깐의 담소를 나누며 끼니를 해결할 요량으로
햄버거 집을 찾았고,
최근에 극장에서 본 영화 이야기를 주욱 늘어놓던 나는
아저씨, 킬러스, 해결사 그리고 시라노 연애조작단을 보았노라고 말하면서
어렸을 적부터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여자 연예인이 이뻐보였던 적은 없었노라고 이야기하고는
그 끝에,
'그런데 이민정은 이쁘더라' 라고 거든 한 마디가
비수가 되어 돌아올 줄은 미처 몰랐다.

버거킹이 떠나가라 웃어제끼던 친구는,
'너 임마 앞으로 1년 이내로 모든 여자 아이돌이 죄다 이뻐보이게 될 것이야'
'이거 완전히 아저씨 다 됐구만!'
등등의 악담 아닌 악담을 늘어놓고는
앞 날이 뻔하다는 듯한 표정을 계속 지어보였다.


나,
그렇게 되는건가.

응?


해가 진다_


서쪽 하늘로는 노을이 지고 있었다. 살짝 생채기라도 난 듯이 사선으로 얇게 그어진 좁은 틈이 하늘 한 가운데에 박혀있었다. 이과대학 7층, 아는 사람만이 아는 또 다른 옥상에 올라 이곳 저곳을 향해 셔터를 눌렀다. 그 곳에서 바라본 캠퍼스에는, 삼삼오오 어디론가 향하는 사람들이 저기 저만치 아래 아스팔트 위를 느릿 느릿 움직이고 있었다.

문득,
서른의 한 가운데에 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팔 월이다.
지금 나는_


커피를 마시려 했으나 어찌 저찌 하여 스벅을 지나쳐,
그대로 연구실로 돌아와,
마지막 한 번 분쇄하면 딱 좋을 만큼의 콩들을 그대로 냉장고에 버려두고는
우유만 홀짝, 마시다가
사놓은 지 며칠 되어가는 우유 식빵을,
두 개째 먹고 있다.
목넘김이 좋지 않은 식빵은 반대라면서,
학부 1학년 때,
중앙 도서관에서 밤샘 공부를 하면서 동기 둘과 함께 먹었던 쉐라톤 워커힐 표 식빵이 생각나네.
목구멍 속에서 뚝. 뚝. 끊키는 식빵 맛이 어떤 것인지
함께 체험해마지 않았던
J군과 L군은 잘 살고 있는지...

무언가 먹는 것이 하나의 '일'이 되어가고 있는 요즈음,
더이상 당연한 것이 아닌,
신경써야 할 일이라고 생각이 든다.

하아...

비가 다시금 며칠 씩 내려버리면,
십자가 콕, 찍으면서 기다렸던
'그 집'이 생각날 듯 하다.



일요일 오후_










일요일 오후같은 때엔
어디 먼 데라도 다녀오고 싶은 마음 늘상 굴뚝같지만
역시 이 무거운 몸뚱아리, 게으른 마음으로
쉽사리 이 곳을 벗어나지 못한다.

2주 전 일요일,
학교를 한 바퀴 돌았고,
사진을 찍어 스윽 내밀어보았다.

_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너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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