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mporary글 97건
2010.06.27 26th June
2010.06.23 23rd June, 1
2010.06.15 바깥 세상 2
2010.06.15 꿈_ 1
2010.06.12 don't do this_ 4
2010.06.09 이제 그만_ 4
2010.06.07 Joe_ 3
2010.06.06 오늘_ 6
2010.06.05 스콧 핏츠제럴드_
2010.06.03 연구_ 4
26th June
#1.
Marc과 Kevin이 Paris 그리고 New Haven으로 돌아갔다. 지난 2주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바삐 살았던 것 같다.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었습니까, 라고 묻는다면 자신있게 '예' 라고 말할 수 있을까. 조금 작은 목소리로 '어느 정도는' 이라고 짧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늘상, 펜슬로 써내려가는 계획은 현실보다 '짧다'. that's life. 라고 말하고는 있지만, 그래, 그러기엔 '조금은' 비참한 현실이다. life is miserable.

#2.
오후 세 시가 조금 넘은 무렵, Marc과 Kevin과 함께 즐기던 에스프레소 마키아또를 한 잔 마시고는, '밤의 거미원숭이'의 뒷 페이지를 모두 읽어내려갔다. 안자이 미즈마루의 그림은 여전히 그대로였으나 하루키의 펜 끝은 너무 가벼웠다. 맨 뒷 페이지의 '후기'를 읽고서야 어느 정도는 수긍이 갔다. 그러나 이러한 기획과 결과물은, 하루키라는 필력이 갖는 맥주 위의 거품과도 같은게 아닌가 한다. Kevin이 말했다. 술 잔을 기울이라고. 그리고 천천히 벽에 바짝 붙이라고. 한 번에 모두 따라내어버릴 필요는 없다고. 그의 Leffe Brune은 투명했다.

#3.
the smashing pumpkins의 곡, 두 곡을 다시 듣고 있다. Billy의 목소리는 '파격'과 '조화'를 생각케 만든다. 과하지 말 것. 혁신적이되 유기적일 것. 오늘도 뒷 이야기에만 골몰하는 어설픈 개똥이.

#4.
그간 바빴던 탓에, (라고 변명을 둘러대기로 하자) 한 동안 손에서 놓았던 bessa r2를 다시금 집어들었다. 그 보랏빛과도 같은 영롱한 구슬 속을 바라보고 있자니 날카롭게 날이 선 조리개의 날들이 더욱 꼼꼼하게 이를 앙다물고 있는 듯 하다. 15방 가량이 남았다. 오랜만에 집어들었지만 남은 필름은 여전히 어떻게 사용해야 할 지 감이 안 잡힌다. Marc과 Kevin은 돌아갔지만 남겨진 일들이 부담스럽다. 충무로, 그리고 시청 역엔 언제 다시금 갈 수 있을까.

#5.
오늘 저녁은 하늘이 참 이뻤다.
23rd June,

에메랄드 빛 투명한 녹색과도 같았던 하늘이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짙고 푸른 검정에 가깝게 바뀔 때까지,
우리는 그 곳에 머물렀다. 얼마간의 음식을 나누었고, 커피까지 한 잔 마신 즈음에는 자못 쌀쌀한 바람이 머리 위로, 그리고 내놓은 팔을 휘감았다. 그 바깥 자리에 줄곧 앉아서 오며가는 사람들을 곁 눈으로 바라보면서, 요 근래에 특히나 요 근래의 내게 필요한 그것이 무엇인지 조금 더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언젠가 다시, 에메랄드 빛 투명한 녹색과도 같았던 하늘이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짙고 푸른 검정으로 바뀌는 것을 올려다보던 오늘을 다시금 들추어 내는 날이 올 것이다.
바깥 세상

창문을 꼬옥 - 닫고 살다보니 블라인드 너머, 드넓지만 공허한 바깥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고 지냈다. 이리저리 보이지 않는 바람이 살갑게 불고 때로는 비도 내리는 세상, 아스팔트를 적시는 풀내음, 경적소리, 사람들 소리.
그래, 칠 월의 어느 날엔가에는 꼬옥 - 바깥 세상엘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하고 마는 그런 요즈음.
꿈_

그래, 이것 까지만 하자_ 라고 마음먹었던 그림을 방금 그렸다. 네모 상자 안에 이런 저런 색을 입혀서, 보고 싶었던 점 들을 찍었고, 1:1 fiducial line까지 그려넣었다. 생각은 내일 하기로 하자. 의미는 지금 생각지 말자. 자못 건강치 아니한 머리를 굴리자니 곤욕스럽다. 깊은 의미는, 날 밝은 내일 생각해보기로 하자.

엊그제 Kevin, Marc 그리고 선생님 내외분과 찾아간 princeton square. 그 곳에서 Norah Jones를 들었다. 2년 전 들었던 그 목소리가, princeton square의 구석 어딘가에 달린 스피커를 통해, 내게 전해졌다. 금요일, 이루 말할 수 없었던 절망감이 과했나, 속이 체해버려 점심을 굶었던 그 날. 유자차를 한 잔 주문하고는 어른들을 곁에 모시고, 나는 딴 생각에 흠뻑 빠져든다. 지나간 일들을 떠올리고, 부질없는 '만약'을 가정하며, 알 수 없는 내일을 꿈꾸었다. 그래, 꿈이란 무릇 판타지가 아니던가. 피부에 와 닿지 아니하기로 우리는 그것을 꿈이라 부르지 아니하던가. 그래, 꿈. 꿈.

몇 번이나 돌았는지 모르는 플레이리스트에서는 Norah Jones를 지나 Rachael Yamagata를 뒤로 하고 이제 이소라로 접어든다. Elliott Smith는 왜 먼저 떠나야만 했을까. 그녀가 여기 이 곳에서 울부짖는다.
don't do this_

비가 좀처럼 그칠 줄을 모르고 이틀을 내리 적시고 있다. 이즈음의 나는, 파리에서 날아온 Marc과 '일'을 하느라 정신이 없고, 그 와중에 몇 몇 마음에 담고 있던 것들 때문에 더욱 혼란스럽다. 오늘은 그토록 기다려온 '경기'가 있음에도 나는 왜 이다지도 축, 가라앉는 것일까. 그것은 필경 이틀을 내리, 끊임없이 내리고 있는 비 때문은 아닐 것이다. 어젯 밤 11시 즈음 일어난 알 수 없는 오류. 그래서 오늘 일찍부터 씨름하면서 고쳐놓은 오류. 때문도 아닐 것이다. 나는 왜 이다지도 축, 쳐진 것일까.
슬픈 예감은 언제나 빗겨가는 법이 없다던, 죽은이의 한 마디가 비 내리는 토요일, 연구실을 가득 메웠다.
그래, 그만 두기로 하자.
이제 그만_




그런 노래들은 듣지 말기로 하자.
스스로를 옭아매는 그런 노래들은 이제 듣지 말기로 하자.
이렇게 몇 글자 끄적여놓고도
언젠가 어느 밤엔가에는 다시 끄집어내려 하겠지.
그래도 적어도 지금 만이라도
그런 노래들은 듣지 말기로 하자.

Joe_


한 분야에서 '대가'라는 칭호를 듣는 사람들이 있다.
천문학 분야에서 그러한 반열에 오른 분을 몇 분 뵐 기회가 생겼다.
그것도 점심 식사 자리라는, 대단히 사적인 자리에서.

백발이 성성한 파파 할아버지가 있다.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일흔.
그러나 아직까지 학교에서 연구를 하고,
논문을 쓰고,
영국으로부터 이 먼 길, 한국까지 날아와 학회에 참석을 한다.
학회장 주변의 동네 밥집에서 냉면을 주문해먹고,
인사동에 대해 관심갖으며,
학회 중에는 날카로운 질문과 코멘트를 남긴다.
겉표지가 알아볼 수 없을만큼 너덜너덜해진 노트에 필기를 하면서 동시에
얼마 전 새로이 출시된 13인치 맥북 프로를 쓴다.
그는 옥스포드 대학 천문학과의 명예교수 Joseph Silk.
우리는 그를 '조'라고 부른다.

과학자가 나이를 먹어가는 방식이,
서양과 우리 나라는 참으로 다르다.

오늘_


인생은 한 번 뿐이라는데,
벌써 이토록 긴 시간이 일기장 속으로 자취를 감춰버렸는데,
꽃보다 아름다운 나날들이 흘러가는데,

   나는 조금 더 행복하고 싶은 마음으로,

_
스콧 핏츠제럴드_
하루키는 '상실의 시대'에서 와타나베의 입을 빌려, 죽은 지 28년 밖에 안 된 스콧 핏츠제럴드이지만, 바로 그이기 때문에 2년 정도는 충분히 커버되는 것이라며, 그의 책은 아무런 때에나 아무 페이지를 펼치고 읽을 수 있다고 했다. 나는, 그의 30년 이론을 무척 좋아하는 편인데 몇 안되는 부끄러운 독서 목록 중에서 유일무이하게 아무런 때에나 아무 페이지를 펼쳐 '상실의 시대'를 몰입하여 읽을 수 있다. 필름을 맡기러 신촌을 벗어나던 길, 그래서 필름을 맡기고 찾기 까지의 약 두 시간여 정도를 '소비'할 목적으로 찾아간 헌 책방에서 '상실의 시대'는 없지만 단편집 하나는 있어요, 하는 아주머니의 짧지만 호소력있던 그 한 마디에, 그의 단편 모음집, '밤의 거미원숭이'를 사서 이 곳에 왔다. 제법 깨끗한 책의 뒷 면에는 소박한 금액이 연필로 씌여져있고, 해가 내리쬐는 토요일 오후, 커피 한 잔의 값보다도 싸게 책 한 권을 사고 판다는 것에 대하여 나는, 우리 시대를 향해 경이로움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 책방을 나서던 바로 그 첫 발자욱과 함께 레이첼의 Quiet가 흘러나와버려, 카메라 가방을 메고 한 손엔 '밤의 거미원숭이'를, 다른 한 손엔 전화기를 들고서 이 곳 신촌 땅을 걷고 있는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나 자신을 동정하지 말라던 비열한 치, 그가 생각났음은 물론이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연구_

히카르도 스키아봉(Schiavon, 그는 Brazil 출신으로 실제 발음이 '스키아봉'에 가깝다고 한다)의 권유에 따라,
emission fill-in 효과가 적은 H_delta_F 흡수선에 대해 MPA-JHU와 GANDALF를 비교하였다.
이것은 그야말로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따끈따끈한 그림.

MPA-JHU의 측정값은 우리측에 비해
H_beta 흡수선의 결과로 미루어보았을 때 LINER의 age가 Quiescent early-type galaxy에 비해 상당히 '젊게' 나타나고 있었다.
이 점에 대해 어제 발표를 했었는데,
스키아봉이 H_delta_F 흡수선 측정값의 비교를 권유한 것.
방출선을 보정한 결과이기 때문에 보정값을 어떻게 적용하였느냐에 따라 결과가 좌우되는 단점을 안고 있었던 그림.
그렇기 때문에 방출선에 의한 영향이 '미미'한 line을 살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이 참으로 흥미로웠다.


데이터 처리를 마치고,
그림까지 다 그리고 나니, 힘이 쭉 ㅡ 빠진다고 할까.

MPA-JHU도,
우리도,
median 값이 '정말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ㅡ


.
.
.





내게 진실을 보여줘 ㅡ
prev | 1 ··· 5 6 7 8 9 10 | next
Hello, stranger
note List Tags Media Guest Admin
powered by TISTORY designed by KHISM modified by kaysoh RSS T Y T
openclose